아메리카 인디언의 유토피아
118. 백과사전
아메리카 인디언의 유토피아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수, 샤이엔, 아파치, 크로, 나바호, 코만치 등 어느 부족을 막론하고 똑같은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우선 그들은 스스로를 자연의 지배자가 아니라 자연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 생각했다. 그들 부족은 한 지역의 사냥감이 떨어졌다 싶으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사냥감이 다시 깃들일 때까지 기다리려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그들은 자연에서 먹을 것을 취하되, 자연을 고갈시키지 않았다. 그들의 가치 세계에서 개인주의는 자랑거리라기보다는 웃음거리였다. 자기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남우세스러운 일이었다. 그들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았고 아무것에 대해서도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러한 전통은 오늘날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 인디언이 자동차를 사면 누구든 그것을 빌려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산 사람도 으레 누구에게든 빌려 주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인디언의 자녀들은 강제나 속박없이 어른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우며 자연스럽게 부족의 어엿한 일원으로 성장해갔다.
인디언들은 접목 교잡법을 터득하여 옥수수 같은 작물의 잡종을 만드는 데 이용하였고, 파라고무나무의 수액을 이용해 방수포를 만들었으며, 유럽의 면직물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결이 고운 무명옷을 지을 줄 알았고, 아스피린(살리실산)이며 키니에 등의 효험을 익히 알고 있었다.
북아메리카 인디언 사회에는 세습 권력도 항구적인 권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결정이 이루어질 때마다, 각자 파우와우(부족 회의)에서 자기 의견을 개진하였다. 파우와우는 유럽의 공화제 혁명보다 훨씬 앞서서 이루어진 의회 제도였다. 만일 부족 구성원의 다수가 추장을 신뢰하지 않으면, 추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곤 했다.
북미 인디언 사회는 평등한 사회였다. 물론 추장은 있었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그를 따라야만 추장이 될 수 있었다. 지도자가 되는 것은 신뢰의 문제였다. 또, 파우와우에서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건 아니었다. 자기가 그 결정에 찬성 투표를 했을 때에만 그것을 따를 의무가 있었다. 말하자면, 부족 회의는 남에게 자기가 하려는 행동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한 장치였던 셈이다.
북미 인디언들은 한창 번영을 누리고 있던 시절에도 직업적인 군대를 보유한 적이 없었다. 필요할 경우에는 모두가 전투에 참가하였지만, 그들은 전사이기 전에 먼저 사냥꾼이자 경작자,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였다.
그들은 생명이란 그 형태가 어떠하든 마땅히 존중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적의 목숨도 함부로 해치지 않았다. <남이 너에게=”” 행하기를=””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역지사지의 태도를 늘 견지했던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전쟁은 자기의 용기를 보여주는 하나의 경기였지, 적을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투는 막대의 둥글린 끝을 적의 몸에 대는 것 만으로 승부가 판가름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것은 적을 죽이는 것보다 더 명예로운 일이었다. 말하자면, 그들의 전투는 오늘날의 펜싱 경기와 비슷한 것이었다. 어느 편에서든 피를 흘리는 사람이 생기면 전투는 즉각 중단되었고, 사망하가 생기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그런 문화 속에 살던 그들이 유럽 인들의 전쟁 방식을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노인과 부녀자와 아이까지 죽이는 백인들을 보고 그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단지 무서운 정도가 아니라, 몰상식하고 비논리적이어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북미의 인디언들은 남미의 인디오들보다 비교적 오랫동안 백인들의 침략에 저항했다.
백인들의 입장에서는 남미 쪽이 공격하기가 더 용이하였다. 남미 인디오 사회는 우두머리의 목만 자르면 사회 전체가 붕괴되어 버렸다. 그것은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행정이 중앙에 집중된 사회 체제의 큰 약점이다. 그런 사회는 군주 하나에 의해 사회 전체의 운명이 좌우되기 십상이다.
북미 인디언 사회는 남미 쪽보다는 더 분산된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백인 카우보이들은 이리저리 이동하는 수백의 부족을 상대해야 했다. 그들의 목표는 한 곳에 붙박여있는 왕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백의 우두머리였다. 1백 50명으로 이루어진 한 부족을 겨우 굴복시키거나 몰살시키고 나면, 다시 1백 50명으로 이루어진 또 다른 부족을 공격해야 했다. …(중략)
에드몽 웰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제3권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2001). 제4권. 450p~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