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만색 #2. 철학: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보기

By 커피사유 2026-02-24 0

카뮈가 시사하듯 우리의 존재 조건은 ‘바위를 계속해서 밀어올리는 것’에 있다. 인간은 자신의 모든 순간을 다하여 말하고, 채색하며, 의미를 변형하고 부과하는 존재다. 우리는 현상의 원인을 단일하게라도, 모든 존재자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계속 지목해본다. 우리가 ‘바위를 밀어올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바위를 밀어올리지 않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만인만색 #1. 일기와 유언의 실존적 동등성

By 커피사유 2026-02-19 0

허무한 인식의 상태, 세계와 나 자신의 화해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의식의 상태가 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관점이 있다. 한때 매끈하고 아름다웠던 구조물이 지금 여기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여기에 나는 무엇이든지 세워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 스스로의 가슴이 뛰는 순간이란 이 생각이 의욕이 되는 바로 그 순간이다.

탐서일지 #30. 양귀자,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I

By 커피사유 2026-02-04 0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 셰익스피어의 저 유명한 문장은 양귀자의 소설에서도 예외없이 변형되어 반복된다. 모든 문학의 중심이 되는 저 문장에 대해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은 어떻게 대답하는가? 독자에게 요구되는 미덕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1984, 1942

By 커피사유 2026-01-18 0

“그래서 그게 무슨 상관이라는 거예요? 어차피 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뉴스는 온통 거짓말투성이인데요.” 기록국에서 저지르는 뻔뻔스러운 날조 행위에 대해서도 말했지만 그녀는… Continue reading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1. 2025. 10. 21. ~ 2026. 1. 6.

By 커피사유 2026-01-17 0

글을 쓴다는 것이 점점 실존과 재회의 문제라는 점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문장과 사유 사이에서 나는 붉은 술패랭이의 마지막 꽃말을 나 자신에게 바치고자 한다. “고통으로 과거를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을/우리는 끝없는 시련을 이겨내도록 된 존재라는 것을” 이제 나는 아니까.

읽는다는 것

By 커피사유 2026-01-13 0

요컨대 문헌학은 지극히 섬세하고 신중한 작업을 수행해야 하고 천천히 수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말Wort의 금 세공술’이자 ‘말에 정통하게 되는… Continue reading

寡學

By 커피사유 2026-01-12 0

그대들은 실로 신학적 천문학의 패배가 금욕주의적 이상의 패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신학적 천문학의 패배 이래로 사물들의 가시적인 질서 속에서 인간의… Continue reading

Απάτη

By 커피사유 2026-01-03 0

누구든 남이 비난을 퍼붓거나 화를 낼 때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저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 사자보다도, 악어보다도, 용보다도 더… Continue reading

향수

By 커피사유 2025-12-19 0

아득한 옛날에 나는 떠났다부여(扶餘)를 숙신(肅愼)을 발해(勃海)를 여진(女眞)을 요(遼)를 금(金)을홍안령(興安嶺)을 음산(陰山)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송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