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6. 2025. 4. 1. ~ 2025. 4. 22.

By 커피사유 2025-04-23 0

《사상계》에 실린 계엄과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보며 나는 우리 사회의 다수에 결여된 것은 철학함이라고 다시금 생각해본다. 의심, 사유, 비평. 이 세 가지가 결여된 곳에서 압제는 상식이 되며 반대 의견과 토론은 봉쇄된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철학자〉로 살다가 죽고 싶다는 당초의 소망을 끝까지 되새긴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결국 남는 것이란 ‘이게 진짠지 영환지’ 모르는 상태일 뿐일 것이므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5. 2025. 3. 10. ~ 2025. 3. 31.

By 커피사유 2025-04-06 0

16년이라는 방황 끝에서야 나는 겨우 깨닫게 되었다. 안쪽에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너무나 오랫동안 애써 무시하거나 잊기로 결정해버렸다는 것을, 지금 나를 올려다보며 흐느끼고 있는 이 어린 아이에게는 그저 따뜻한 품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나는 다시 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걸어온 저 시간선들을 모조리 거쳐서, 그 끝에 마침내 도달한 나 자신을 토닥이면서.

동상이몽 #14. 상록수

By 커피사유 2025-04-04 0

나는 국회의장의 문장들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행간에 숨은 수많은 역사를, 오늘의 민주공화국의 기반을 위해 흘렀던 수많은 피들을 생각해본다. 수없이 반복되어온 저 질문, “국가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생각해본다. 늦지 않게 나는 그의 말이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음을, 여전히 문장들은 이어지고 있음을 떠올려낸다.

탐서일지 #20.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III

By 커피사유 2025-03-30 0

전례없는 시간, 전례없는 사유, 전례없는 회복. ― 철학적 사유가 〈죽음〉과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운 지금,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되짚어본다. 나는 방금 막 〈우물〉에서 빠져나왔다. 불타고 있는 〈숲〉과 아침을 기다리는 〈초원〉 사이에 자리한, 모든 인간이 가진 그 〈우물〉로부터.

탐서일지 #19.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II

By 커피사유 2025-03-18 0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 《노르웨이의 숲》은 이 문장에 담긴 인간 존재의 근간에 자리한 두 개의 항에 주목한다. 〈죽음〉, 그리고 〈삶〉. 인간은 이 둘의 경계에 놓인 존재이기에 가운데 자리한 〈우물〉 옆에서 질문을 던진다.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마침내는, “왜 인간은 자살하지 않는가?”라고.

탐서일지 #18.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 I

By 커피사유 2025-03-09 0

인간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타인에 대해서는 또 어떨까? 그러나 우리는 오직 자신과 타인 모두를 타자로써 체험할 수 있을 뿐이다. 최초의 단절, 즉 〈상실〉은 여기서 시작된다. 철학, 문학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학문은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갈 때 항상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셈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4. 2025. 3. 1. ~ 2025. 3. 4.

By 커피사유 2025-03-08 0

“과거의 자신도 나 자신이다.”라는 저 당연한 문장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들어오는 때가 있다. 문장은 불꽃을 만들고, 불꽃은 끌어안으라고 외친다. 나는 니체 · 마그리트 · 바흐가 하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느낀다. 호프스태터가 괴델 · 에셔 · 바흐가 하나로 이어짐을 느꼈듯이. 《하얀 문》을 열 때가 된 것이다.

사유 #53. 하얀 문

By 커피사유 2025-02-28 0

자신의 심연으로 뛰어든 사람이 마주하게 되는 문이 하나 있다. 인간 정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운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이 문 앞에 선 모든 사람들은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무엇을 하든 그 자리에 장엄하게 서 있는 저 잔인한 문에게 나는 〈하얀 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문을 들여다보며 나는 다시금 묻는다. “문을 열 것인가, 열지 않을 것인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3. 2025. 2. 4. ~ 2025. 2. 25.

By 커피사유 2025-02-26 0

인간은 그의 일부분으로부터 단절된 채 살아간다. 그는 영원히 스스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바로 이 사실이 그를 인간으로 만든다. 알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저 세계, 저 간극을 어떻게든 봉합하기 위해 비틀거리는 인간을 인식할 때마다 나는 바로 그 간극 위에서 치열하게 질문해온 지난 4년을 회상하게 된다.

경화수월 #5. 《OMORI》, 제4주차 ‘하루 전’ 모임 질문지

By 커피사유 2025-02-23 0

지난 시간의 물음은 여전히 이어진다. 맨 처음부터 묻고 있는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자의적으로 그어진 경계들이 허물어지고 반대편을 알게 되는 순간, 인간은 자신이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말의 의미에 전율하게 된다. 문 앞에서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인간의 운명은 영원하다. 그러나 바로 이 사실 때문에 인간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