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kboard

Chalkboard

개인적으로 드는 짧은 생각들, 너무 짧아서 블로그 포스트로 올리기는 힘든 생각들을 어디에다가 모아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이를 위한 플러그인을 만들수도 있지만, 그냥 한 페이지를 만들어서 담벼락 마냥 기록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칠판이 되겠지. 생각날 때마다 한 쪽 벽에 걸려 있는 칠판에 분필 잡고 가루 날려가면서 쓰고, 시간이 지난 뒤 그 분필들의 새김으로 채워진 흔적을 보는 것이……. 그냥 이러고 싶었다. 이런 말이다.

2020. 8. 13. 처음 Chalkboard를 만들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이 생각들을 모은지 어연 6개월 정도가 경과했고, 그 동안 많은 생각들이 이 거대한 칠판을 조금씩 채워갔다. 즐거운 일이지만, 너무 길어진 것은 분명한 문제였다. 결국은 약간의 변경을 가하여, 최근 10개 생각들만을 표시하기로 하고, 별도의 카테고리로 묶어 표기하되, 메인 페이지에는 표시되지 않도록 했다……. 이제는 좀 보기에 괜찮은 길이가 될련지. 일단은 해 봐야 아는 거니까.

2021. 1. 26. Chalkboard 표시 방법을 수정하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 상상력의 결여
    조금 전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것처럼 새벽에 소설을 읽을 때면 문득 처음 내가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 대학 새내기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상상력의 결여’. 그 당시 나의 이러한 의사의 바탕에 깔린 문제 의식은 이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다.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만으로도 벅차다고 생각했던 (실제로도 극한을 향해 가고 있었기도 했다) 그 때의 나는 어느 사람을 보든,… Continue reading
  • 낙서 #3
    낙서 시리즈는 커피사유가 쓰고 있는 글의 일부를 살짝 들추어보는 공간입니다. 쓰고 있는 글의 일부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 양억관 역, 민음사, 2024, p. 55. 인간은 죽음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을까? 누군가의 생물학적 죽음 뿐만이 아니라, 자신 안에서 가능한 모든 죽음에 대해서 말이다. 죽은 자는 말을 할… Continue reading
  • 낙서 #2
    낙서 시리즈는 커피사유가 쓰고 있는 글의 일부를 살짝 들추어보는 공간입니다. 쓰고 있는 글의 일부 Memento Mori. “모든 인간은 죽는다.”는 불편하지만 분명한 참인 명제. 사람들은 자신이 결국 죽는다는 사실을 일상 속에서 잘 떠올리지는 않는다. 그러한 사실을 떠올리면 마음속 한 구석에서 무서움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도 있지만, 자신에게 달려들어오는 일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것이 우리 생의 일상이라 죽음을 떠올리는… Continue reading
  • 하얀 문
    철학은 기본적으로 문을 여는 것이다. 문장은 단순하지만 가지는 무게는 중대하다. 문장은 짧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시간은 그렇지 않다. 문장은 쉽게 읽히지만 그 배경은 그렇지 않다. 나는 지난 4년 동안의 이 대학 위에서 내가 비틀거리며 걸어온 길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가느다란 실이 바로 위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의 저편을 보기 위해서는 부득이 위 그림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Continue reading
  • 극단주의
    질문 하나. “극단주의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 12 · 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 질문. 중 · 고등학교 때 헌법을 취미로 공부하며 그 안에 새겨진 가치들, 건국 과정에서부터 4 · 19 혁명, 부마 민주 항쟁, 5 · 18 민주 항쟁 등을 거쳐오며 흘린 피웅덩이 위에 새겨진 교훈들과… Continue reading
  • 영원회귀
    영원회귀(永遠回歸, Ewige Wiederkunft). 가장 추상적이고 따라서 모호하지만, 니체가 남긴 가장 귀중한 시니피앙(signifiant). 어느 여정이 계속해서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온다고 해서, 그 여정에는 과연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일까? 그러나 모든 여행은 결국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지 않던가. 실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세계에서의 여행도, 그리고 우리의 삶도. 대학 위에서 나의 정신적 · 철학적 여정도 다시 그… Continue reading
  • 몇 가지 ‘질문’
    #1. 사진 몇 장. 그 첫 번째. #2. 역시 사진 몇 장. 그 두 번째. #3. 여기, 작년 11월에 내가 직감했던 오늘.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적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했으며 행정부의 권한이 심히 강력하다는 점이 첫째일 것이요, 둘째는 정치적 대립이 두 국가 모두 극단에 이르렀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세번째 공통점도 있다. 두 국가는… Continue reading
  • 민주주의의 자살 (증보)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적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했으며 행정부의 권한이 심히 강력하다는 점이 첫째일 것이요, 둘째는 정치적 대립이 두 국가 모두 극단에 이르렀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세번째 공통점도 있다. 두 국가는 모두 민주주의 체제가 어떻게 스스로 자살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 국가는 수년 전 헌법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법치주의와 대의민주제… Continue reading
  • 젠더 그리고 정치적 내전
    최근 독서 모임 중 하나에서 1월 도서로 데버라 캐머런의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아주 ‘의외’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주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고, 남성인 나로서는 여성 친구들의 경험과 정동을 모두 공유하지는 못하기에 어떤 연유에서 페미니즘이 등장했으며 왜 ‘젠더’ 이슈로 우리 사회가 갈등을 겪고 있는지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내가… Continue reading
  • 키치와 민주주의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中 근래 벌어지는 사건들을 관찰하다보면, 작년에 살펴본 문장 중 가장 의미가 깊은 바로 이 문장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리 멀리 상기할 필요는 없다. 작년 10월 초 나는 〈사유 #52. 키치와 인간〉에서 키치 속에서 사는…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