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의 배

어쩌다가 스쳐 지나가게 되었는데,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어 결국 이렇게 기록에 이르게 된 문제이다.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은 팔레론의 디미트리오스 시대까지 보존했다. 그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었던 것이다.

커다란 배에서 겨우 판자 조각 하나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 왔던 “그 배”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 수리한 배에서 다시 다른 판자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플루타르크

조금 찾아보니, 여기에 토머스 홉스라는 사람은 이 난제를 이렇게 꼬아서 표현해두었다.

위와 같이 테세우스의 배에서 판자를 하나씩 갈아끼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배를 배1이라고 하자. 그런데 테세우스의 배에서 갈아끼운 낡은 판자들을 버리지 않고 그걸로 다시 테세우스의 배와 똑같이 생긴 배를 만들어 배2라고 부르자. 배1과 배2, 배 두 척이 생긴 셈이다. 그렇다면 둘 중에 테세우스의 배는 무엇인가?

토머스 홉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다음의 바리에이션도 존재한다.

우리 생명체들의 몸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비단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모든 세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죽는다. 하지만 생명체의 기작에 의하여, 새로운 새포가 생겨나 죽은 세포를 대신하게 된다.

물론, 세포 하나가 죽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어도 우리 스스로는 여전히 스스로이다. 세포 백 개가 죽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되어도, 여전히 우리 스스로는 그대로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6개월 정도가 지나면, 인체의 세포는 대부분 교체됨이 연구 결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6개월 전의 우리 스스로와 같은가?

생명체에 적용시킨 테세우스의 배 문제

△ 얼마 전에 읽었던 괴델, 에셔, 바흐의 내용을 일부 차용하여 나의 대답을 도출하자면, 테세우스의 배는 비록 그 구성품이 다 갈렸다 하더라도 원래의 배(토머스 홉스의 변형에서 배1)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테세우스의 배’라고 하는 것은, 실체하는 것으로부터 추상되는 어떤 개념이기 때문에, 해당 책의 내용에서 다루는 인간의 사고 과정에 의하여 형성되는 추상이라 주장할 수 있는데, 이 추상은 결과적으로 피추상화자의 물질적 속성에 구애받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추상적인 것들을 구분할 수 있는 본질적 이유가 사실은 물질 그 자체가 아닌 그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동형성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