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 그토록 많았던 절망과 비극의 역사로부터 사람들을 구원한 것은 과연 어떠한 것이었을까. 수많은 죽음과 삶의 모순이 가져다주는 공포에 직면할 때 계속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고 애써 중얼거리도록 하는 그 뿌리는 과연 무엇일까.
문명은 발전했고, 인류는 조금씩이라도 자신이 닿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음에도 아직 사라지지 못하는 심연의 막연함은, 그리고 우리가 아직 그 막연함을 애써 거부하는 이유를 여전히 우리는 그 예전의 선조들만큼이라도 모르는 듯 하다.
미지는 수많은 이들에게 그들의 삶을 재조명할 기회를 제공하였으나 그 때마다 번번이 더 광활한 개척지를 보여줌으로써 다시 또 한 번의 좌절을 맛보게 하였고, 도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영역을 보여주었으나 한편으로는 지옥의 이면까지 현실로 가져다 주었다.
아직 이 행성에는 삶으로 고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고, 곳곳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로 신음하는 소리와 죽어가는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퍼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어날 줄 안다. 삶의 끝없는, 언제 종결될지도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지옥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구제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다.
… 그런 마음과 믿음으로 이루어진 공동의 서약이 있음으로 하여 우리는 자립하고 수많은 좌절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기의 기회를 꿈꾼다.
죽음과 삶의 고난은 우리 그 자신을 결코 번민으로부터 구제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은 다만 우리 스스로가 앞과 자신을 똑바로 서서 볼 수 있도록 재촉하였으며, 끝없는 중얼거림과 고뇌는 수없는 미지와의 조우로부터 근원한 좌절을 우리가 다시 기회로 재조명하는 장을 보였다.
우리는 수없는 도전으로부터 용납될 수 없는 세계를 목격해야 했으나 이 공통의 목격으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해보고자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게 되었다.
… 저마다의 이야기로 신음하는 밤의 미묘함 속에서도, 우리는 의미의 층위로 향하여 그것들로부터 밤 너머의 태양을 본다. 밤은 계속되었으나 언젠가는 여명이 밝아올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그러므로 이것이, 아마 우리의 최후의 뿌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