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입 수험생 여러분들께
모든 대입 수험생 여러분들께.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들께 제 보잘것 없는 몇 가지 지식으로 드리고자 하는 말씀이 있어 여기서 이렇게 부득이 몇 가지를 나열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제가 드려야 될 말씀을 예전에 이미 전 시대의 몇몇 학자들과 음악가들이 다 표현해 놓은 바가 있어, 저는 말을 아끼고 그 분들의 언어로 여러분들께 드리고자 하는 말씀을 다음과 같이 대신하고자 합니다.
#1.
… 매 사냥에서 종달새나 참새를 잡는 사람도, 더 좋은 사냥감을 잡는 사람에 비해 시시하기는 하지만 사냥을 하는 재미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성은 영혼의 가장 고상한 기능인만큼, 지성을 움직인다는 것은 다른 어떠한 기능 못지않게 기쁨이 크고, 그것이 단절된다고 이해하는 사람은 이 책의 주제인 지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지성의 진리 탐구는 매잡기와 사냥놀이와 같아서 추구 그 자체가 큰 즐거움을 이룹니다. 참다운 앎을 지향하고, 마음이 나아가는 발자국들이 어떤 발견을 합니다. 그 발견은 새로울 뿐만 아니라 적어도 그때에는 최상의 것이기도 합니다.
지성은 눈과 같아서 사물을 오직 보이는 바에 따라 판단하므로 발견해내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으며, 보지 않은 것은 알 수 없으므로 애석해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어진 것에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얻은 의견 조각에 만족하여 멍하니 생활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생각으로 진리를 찾아 좇으려는 사람은 (무엇을 손에 넣든지 간에) 사냥을 하는 사람의 만족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추구할 때의 어떤 순간에도 노력은 기쁨으로 보답되어, 무엇인가 큰 수확을, 큰 만족을 얻지 못하더라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고 당연히 생각할 것입니다.
존 로크(John Locke) 저, 추영현 역, 《인간지성론(An 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서울: 동서문화사, 2020, 14-15면.
#2.
(전략) … 그러나 어느 순간 군은 마침내 운명의 순간에 직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들의 간교한 전략을 간파하는 순간이 오고 만다. 그 계기란 도처에서 예감처럼 온다. 군이 창공의 별을 응시할 때 온다. 헤겔을 읽을 때 온다. <무진기행>을 읽을 때 온다. 릴케를 읽을 때 온다. <태백산맥>을 읽을 때 온다. 들판에 외로이 핀 이름 없는 꽃을 볼 때 온다. 가차 없이 오되 예감처럼 온다.
어떤 역사적 사회적 조건으로도 환원되지 않는 ‘나’ 자신의 세상에서의 있음의 의미란 무엇인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가. 어떤 방향성도 해답도 없음을 서서히 군은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지금 여기 ‘나’가 있다는 것. 이것만은 절대로 의심할 수 없다. 여기 ‘나’가 있되 혼자 있다는 것. 불안하다는 것. 무섭다는 것. 이 엄청난 짐을 지고 있다는 것.
이 짐은 아무도 벗어날 수 없다. 차라리 의무라 불러야 마땅하리라. 의무는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다. 의무니까. 이 의무를 수행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있다. 권리가 그것. 혼자 있음으로 말미암아 감당해야 될 불안과 공포를 대가로 하여 비로소 얻어진 권리. 이를 두고 자유라 부를 것이다. 자유이되, 무한한 자유가 아닐 수 없는데 그것은 던져진 존재로서의 그 의무에 정비례하는 것, 이를 결단 혹은 계획이라 부를 것이다. ‘나’는 무엇이며,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그 아무도 궁극적으로는 관여할 수 없기에 그 계획은 저주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의무 그것만큼 권리의 처절함이 아득하게 펼쳐져 있지 않겠는가. 돼지에서 벗어나 이 저주스러운 자유인으로 변신하는 장대한 장면의 입구에 작은 팻말이 하나 서 있지 않겠는가. 거기 적힌 글씨를 군은 이제 똑똑히 읽을 수 있으리라. ‘대학’이라는 두 글자가 그것. 군은 아는가. 훔볼트가 세운 저 베를린대학 창립 이념을. ‘혼자 있음’과 ‘자유’로 그 이념이 요약되어 있음을. 대학의 주체는 학생도 선생도 건물도 아님을. 이념 그것이 이곳의 주체임을. ‘살아 있는 정신’이라 부르는 이 자유 앞에 군은 지금 서 있다. … (후략)
김윤식, 〈살아 있는 정신에게〉, 《대학 글쓰기 1》, 서울대학교 대학글쓰기 1 교재편찬위원회, 서울: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154-15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