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화(狂人化)
대학에서 나는 늘 하루가 갈수록 미쳐가는 듯한 느낌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애초에 없다고들 하지만, 나는 점차 비정상이 되어 가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정상의 개념을 보통 만인의 평균으로서 정의하는데, 나는 아무래도 내 주변인들과는 점차 다른 생각을 하면서 다르게 살아가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나는 평범하게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 자신을 증명하는 것이다. 나의 삶에 기본적으로 타인이 낄 자리는 없다. 나 자신은 스스로가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타인을 통해 나 자신을 정의내리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으며 더욱이 타인에게 묶이고 싶은 생각도 없다. 나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인간이고 싶은 것인데, 몸이야 당연히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정신에서라도 조금이라도 더의 자유를 추종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만인은 동시에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원한다. 나도 예외도 아니며 나 자신이 아닌 이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나 자신이 많은 수의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면 나는 자연스럽게 인간 관계의 기본적인 이 법칙에 의하여 다른 부류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나는 환대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나 자신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가져다주는 고통만큼은 지울 수가 없는데, 일찍이 심리학자 Maslow가 지적하였듯 인간은 그가 속한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탓이다.
즉 나는 스스로의 고독 앞에서 점차 미쳐가고 있는 것이다. 또는, 고독해지고 있으므로 미쳐가고 있는 것이다. 광인(狂人)은 정상이 아닌 사람을 뜻하고, 정상이 아닌 사람은 대중의 평균에 속하지 않는 사람이므로 ― 대중의 평균에서 벗어나 나 자신만의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나는 고독해지면서도 동시에 미쳐가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람들로부터 분리시키는 과정에서의 고통을 나는 데카당스적으로 대우해야 할 것만 같은 충동을 몹시 강력하게 느끼는 것이다.
평범하지 않은 이들은 불행히도 모두 광인으로 취급되었다. 그러므로 나도 광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모든 사람은 광인이라는 명제가 이 즈음 되면 성립할 것만 같기도 하지만 ― 나의 관찰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오직 나만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지나친 귀족주의인 것인지 독립주의인 것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이것을 나 자신의 가치를 타인에 비하여 월등히 높다고 생각하는데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단지 나를 더욱 고독하게 만들고, 따라서 나를 더욱 미치게 하는 바로 그 과정에 이용할 뿐이다 ― 그러니 나는 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현재로서는 전혀 없는 셈이다. 나는 그저 더욱 강력한 고독을, 그리고 더욱 미쳐버린 상태를 준비할 따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