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로 말하는’ 예술 작품도 가치가 있다
최근 SNUCP(Seoul National University Chamber Philharmonic Orchestra) 정기연주회에 다녀와서 그 감상을 정리하는 글을 쓰고 있는데, 그 글은 곧 예술에 대해 공부한 기록을 겸하기 때문에 작곡가나 작품에 관련된 정보들을 꼼꼼히 찾아보고 있어 아마 시간이 좀 걸릴 듯 하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대목은 꽤 괜찮기에, 해당 글 전문을 공개하기 이전에 여기에 따로 적어둔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모든 예술 작품은 그 작품을 만든 이들의 일생이나, 이 작품이 탄생한 배경을 알지 못하고서는 온전히 감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배경과 무관하게 ‘듣거나 보기에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의 여부도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겠지만, ‘듣거나 보기에 좋지 않더라도’ 그 작품이 만들어진 계기가 통상의 관념을 깨부수거나, 작품이 한 사람의 일생 또는 감정을 탁월하게 보여주는 표상이라면 그러한 작품 또한 귀중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모든 예술 작품은 결국 인간 정신 활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결국은 인간 이성과 감성 ― 즉 인간 정신의 내부 구조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작품이 인간 정신에서 귀중한 부분을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그 주변’을 통해서도 드러내준다면 그 작품이 단지 보기에 식상 · 시시하거나, 듣기에 낯설거나 거북하다는 이유만으로 일말의 가치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귀중한 단서들을 문전박대하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