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itas Non Est Veritas
“과학에 대한 신앙이 전제하고 있는 것과 같은 저 대담하고 궁극적인 의미의 진실한 인간은 그러한 신앙과 함께 삶과 자연 그리고 역사의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긍정한다. 그가 이 ‘다른 세계’를 긍정하는 한, 그는 이와 함께 이 다른 세계의 정반대인 이 세계, 즉 우리의 세계를 부정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까? 과학에 대한 우리의 신앙이 근거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하나의 형이상학적 신앙이다. 오늘날의 인식하는 자이자 무신론자이며 반(反)형이상학자인 우리 역시 천 년에 걸친 신앙, 즉 그리스도교의 신앙이 불붙여왔던 저 불길에서 여전히 우리의 불을 얻는다. 그러한 신앙은 신이 진리이고 진리는 신적인 것이라는 신앙이며, 그것은 플라톤의 신앙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신앙이 점점 더 믿을 수 없게 된다면, 오류나 맹목이나 거짓 외에는 아무것도 이제는 신적인 것으로서 증명되지 않는다면, 신 자체가 우리의 가장 오래된 거짓으로 드러난다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여기에 멈춰 서서 오랫동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과학 자체는 이제 정당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정당화가 존재한다고 말해서는 아직 안 된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가장 오래된 철학들과 최근의 철학들을 살펴보라! 이 모든 철학은 진리를 향한 의지 자체가 우선 정당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모든 철학의 결함이 존재한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이는 금욕주의적 이상이 지금까지 모든 철학을 지배했기 때문이고, 진리가 존재로서, 신으로서, 최고의 심급(審級) 자체로서의 위치를 차지했기 때문이며, 진리 자체를 의문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욕주의적 이상의 신에 대한 신앙이 부정되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것은 진리의 가치에 대한 문제이다. 진리를 향한 의지는 비판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의 과제는 진리의 가치를 시험 삼아 한번은 문제 삼아 보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도덕의 계보》, 박찬국 역, 아카넷, 2020. pp. 281-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