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2024-11-05 0 By 커피사유

중간고사는 끝이 났고, 결과가 하나 둘 나오고 있지만, 결과보다 나에게는 당면한 더 급한 일들이 있다.

그렇다, 복습이 밀렸다. 시험 기간 동안 나누어진 과목들을 순차적으로 집중 학습하기를 2주, 덕분에 2주치의 복습이 밀렸다.

그래도 지난 주말에 걸쳐 오늘까지 그럭저럭 진도를 따라잡으려고 미친 듯이 달리고 있고, 수면 시간도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골치는 아프고 막막하다.

물론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늘 〈자료구조〉 강의의 경우 〈알고리즘〉 강의의 과제를 할 때 그렇게나 속을 썩이던 AVL Tree의 균형 맞추기의 4가지 Case ― LL, LR, RL, RR의 의미를 마침내 이해했기에 막힌 속이 한꺼번에 뚫려 내려가는 시원함을 느꼈다. 지난 주말 동안 대기물리 II의 과제를 하면서 Cumulous Cloud의 물방울이 대체로 Stratifom Cloud의 물방울보다 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여러 논문들을 속독한 끝에 새로이 알게 되었고, 또 〈동양철학의 이해〉에서 노자의 사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며 도가 사상과 니체, 그리고 나 자신 사이에서 어떤 관계들과 생각들이 태동하는지를 주의깊게 살펴볼 수 있기까지 했다.

그러나 2주치의 일이 밀려 있고, 주중의 강의는 계속 이어지는지라 그 강의의 진도를 따라잡는 것이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가장 힘든 것이라고 한다면, 여전히 풀리지 않는 〈알고리즘〉 과제의 한 가지 증명 문제라고 할 것이다. 직감적으로 왜 그렇게 되는지를 대략 알 것 같지만, 이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기술하기 위해서 어디부터 시작하고, 어떤 식으로 논리를 구성하는 것이 적절할지 여전히 고민이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은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일종의 증거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머리가 아픈 것이 그렇다고 해서 좋은 것만도 아니다.

적당히 쉬고 싶지만 기말고사와 프로젝트가 있다는 사실, 주말에 가족들이 서울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멈출 수 없다. 열심히 복습하고 따라잡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나는 물론 도가 그리고 니체, 나아가 쿤데라가 경계한 “Es Muss sein!”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있지만,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이것이 가장 인간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찍이 카뮈가 논했듯, 나 자신이 느끼는 이 아름다운 〈부조리〉, 즉 인간과 세계의 대립이라는 이 거대한 서사에서 둘 중 하나의 항을 폐기하는 과오를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산다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는 나름의 식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