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또한 ‘심오하다’

2025-01-17 0 By 커피사유

왜 우리는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얘기에 이토록 솔깃한 걸까? 부분적으로는 우리 일상에서 젠더 구분이 고정되어 있고 불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한몫한다. 만약, 아무리 말려도 분홍색 물건만을 원하는 딸을 둔 부모라면, 딸의 그러한 고집은 단순한 문화적 규범이 아니라 더 심오한 무언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천성이나 생물학을 ‘심오한’ 것으로 여기고, 문화는 얄팍하고 피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는 오판이다. 문화 또한 ‘심오하다’. 선구적인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말했듯, 사회적 존재가 형성되는 과정은 “자발적으로는 습득하지 못할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아동에게 강요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고도로 강압적인 과정이다. 수년간 많은 페미니스트는 아동이 태어난 순간부터 그들에게 젠더화된 시각, 사유, 행위를 강요하는 과정들을 기록하려고 분투했다.

데버라 캐머런(Deborah Cameron), 《페미니즘(Feminism)》. 강경아 역, 신사책방, 2022. p.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