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인 언급 피하기
다음 날 두 사람은 호텔을 떠났다. 그러곤 메콩 강을 따라 베트남으로 향했다. 물빛 하늘빛이 그윽해 침착하고 평온한 마음이 들었다. 은지는 지난밤 일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간밤에 아이팟이 고장 난 것 같다며, 하노이에 도착하면 애플 서비스 센터부터 찾아봐야겠다고 화제를 돌렸다. 은지는 서윤의 집안 내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서윤이 자기를 집에 초대한 적도, 부모님께 인사시켜준 적도 없어서였다. 다만 언제였더라, 현대문학 스터디 때 서윤이 “교수님들 세대는 가난이 미담처럼 다뤄지는데 우리한테는 비밀과 수치가 돼버린 것 같아”라고 웅얼대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은지는 그동안 서윤과의 감정도 풀 겸 먼저 이런저런 얘기를 꺼냈다.
“후에라고 베트남의 경주 같은 곳이 있는데 고즈넉하고 참 좋대. 아마 네가 좋아할 거야. 다빈이 만나면 거기 꼭 가보자고 하자.”
“응.”
“나짱도 가자. 우리 비키니 한 번 더 입어야지?”
“그래.”
두 사람이 탄 배 옆으로 조그맣고 길쭉한 쪽배 하나가 따라 붙었다. 배 안에는 캄보디아 소년 두 명이 타고 있었다. 그중 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꼬마 아이의 목에 커다란 뱀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그 애 형으로 보이는 소년이 관광객을 향해 구걸을 하고 있었다. 뙤약볕 아래 그대로 노출된 꼬마는 뱀을 목에 두른 채 피곤한 듯 꾸벅 졸고 있었다. 가만보니 뱀도 따라 졸고 있는 듯했다. 몇몇 백인이 그들에게 돈을 던져주는 모습이 보였다. 서윤과 은지는 캄보디아에서 이미 너무 많은 걸인을 보아온 터라 다른 데로 시선을 돌렸다.
김애란, 〈호텔 니약 따〉. 《비행운》, 문학과지성사, 2012. pp. 281-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