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없는 이 날개
장기 출장에서 이상의 문집을 샀다. 지금으로서는 그 유명한 《날개》의 대목들이 마음에 든다.
《날개》는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이 유명하다.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그리고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그러나 나에게 필요한 문장들이란. 또는 나에게 가장 깊게 와닿는 문장들이란. 그들은 마지막 부분의 앞쪽에서 펼쳐진 절반의 날개로써 다음과 같이 비상하고 있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
기억되어야 할 것. 이것은 자국이며 날개다. 내가 지금 이상의 경우와 통하고 있는 것인지, 이상을 좇고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Mili의 〈Fly, My Wings〉의 가사에서 내가 가장 기억하고자 하는 가사들은 무엇이었던가. 그렇다면 ‘최후의 모더니스트’라는 평을 듣는 이상과 그의 필명을 이용한 말장난들 모두는 분명한 시니피에를 가진다고 결론지어도 무방할 것이다.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코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는 참 잘들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리비치는 5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 지느러미 수효를 헤아려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어리가 따뜻하다.
나는 또 회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비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회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그때 내 눈앞에는 아내의 모가지가 벼락처럼 내려 떨어졌다. 아스피린과 아달린.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의 정량을 나에게 먹여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는 없다. 아내가 그럴 대체 까닭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면서 도적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 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때 뚜우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이상, 《날개》. 문학과지성사, 2005. pp. 298-299.
Please die, little dreams
죽어 다오, 작은 꿈들이여Kill the camellias in me
내 안에 핀 동백꽃을 죽여다오Wouldn’t it be easier to give in?
굴하는 편이 더 편치 않을까?Why are these hands chasing dreams out of my reach?
이 손은 어째서 닿지 않는 꿈을 쫓고 있는 것일까?Is my thirst for normalcy “ODD”?
Mili – Fly, My Wings의 가사 中
내 정상성을 향한 갈망은 “이상”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