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lkboard

Chalkboard

개인적으로 드는 짧은 생각들, 너무 짧아서 블로그 포스트로 올리기는 힘든 생각들을 어디에다가 모아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로 이를 위한 플러그인을 만들수도 있지만, 그냥 한 페이지를 만들어서 담벼락 마냥 기록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칠판이 되겠지. 생각날 때마다 한 쪽 벽에 걸려 있는 칠판에 분필 잡고 가루 날려가면서 쓰고, 시간이 지난 뒤 그 분필들의 새김으로 채워진 흔적을 보는 것이……. 그냥 이러고 싶었다. 이런 말이다.

2020. 8. 13. 처음 Chalkboard를 만들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이 생각들을 모은지 어연 6개월 정도가 경과했고, 그 동안 많은 생각들이 이 거대한 칠판을 조금씩 채워갔다. 즐거운 일이지만, 너무 길어진 것은 분명한 문제였다. 결국은 약간의 변경을 가하여, 최근 10개 생각들만을 표시하기로 하고, 별도의 카테고리로 묶어 표기하되, 메인 페이지에는 표시되지 않도록 했다……. 이제는 좀 보기에 괜찮은 길이가 될련지. 일단은 해 봐야 아는 거니까.

2021. 1. 26. Chalkboard 표시 방법을 수정하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 극단주의
    질문 하나. “극단주의에 어떻게 대항해야 하는가?” … 12 · 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 질문. 중 · 고등학교 때 헌법을 취미로 공부하며 그 안에 새겨진 가치들, 건국 과정에서부터 4 · 19 혁명, 부마 민주 항쟁, 5 · 18 민주 항쟁 등을 거쳐오며 흘린 피웅덩이 위에 새겨진 교훈들과… Continue reading
  • 영원회귀
    영원회귀(永遠回歸, Ewige Wiederkunft). 가장 추상적이고 따라서 모호하지만, 니체가 남긴 가장 귀중한 시니피앙(signifiant). 어느 여정이 계속해서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온다고 해서, 그 여정에는 과연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일까? 그러나 모든 여행은 결국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가게 되지 않던가. 실제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세계에서의 여행도, 그리고 우리의 삶도. 대학 위에서 나의 정신적 · 철학적 여정도 다시 그… Continue reading
  • 몇 가지 ‘질문’
    #1. 사진 몇 장. 그 첫 번째. #2. 역시 사진 몇 장. 그 두 번째. #3. 여기, 작년 11월에 내가 직감했던 오늘.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적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했으며 행정부의 권한이 심히 강력하다는 점이 첫째일 것이요, 둘째는 정치적 대립이 두 국가 모두 극단에 이르렀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세번째 공통점도 있다. 두 국가는… Continue reading
  • 민주주의의 자살 (증보)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적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했으며 행정부의 권한이 심히 강력하다는 점이 첫째일 것이요, 둘째는 정치적 대립이 두 국가 모두 극단에 이르렀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세번째 공통점도 있다. 두 국가는 모두 민주주의 체제가 어떻게 스스로 자살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 국가는 수년 전 헌법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법치주의와 대의민주제… Continue reading
  • 젠더 그리고 정치적 내전
    최근 독서 모임 중 하나에서 1월 도서로 데버라 캐머런의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아주 ‘의외’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주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고, 남성인 나로서는 여성 친구들의 경험과 정동을 모두 공유하지는 못하기에 어떤 연유에서 페미니즘이 등장했으며 왜 ‘젠더’ 이슈로 우리 사회가 갈등을 겪고 있는지를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내가… Continue reading
  • 키치와 민주주의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中 근래 벌어지는 사건들을 관찰하다보면, 작년에 살펴본 문장 중 가장 의미가 깊은 바로 이 문장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다. 그리 멀리 상기할 필요는 없다. 작년 10월 초 나는 〈사유 #52. 키치와 인간〉에서 키치 속에서 사는… Continue reading
  • 폐허 위에서, 다시 한 번
    을사년의 첫 태양을 가족과 함께 맞이하고 왔다. 2024년의 심란한 연말의 여파가 물론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모르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이 이야기한 바와 같이 ‘희망은 힘이 세므로’ 작은 소망이라도 빌어 보기로 했다. 산자락 위로 샛노란 광구가 떠오를 때, 나는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하는 경희대학교 교수진의 시국선언문을 떠올렸다. 전쟁과 죽음,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Continue reading
  • 2024년을 보내면서
    참 다사다난한 갑진년이었다. 개인적 · 사회적으로 참 심란한 해였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2년째 끌어오는 연구에 대한 성과가 여전히 나지 못한다는 점이 주된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학원 진학을 비롯하여 졸업 이후를 생각해야 하는 지금, 조속한 복귀와 연구 결과를 확인하는 것이 나에게 절실히 필요하다. 이 뿌리에서 뻗어나오는 심리적 문제와 사회 관계에서의 갈등들이 조금씩 가지를… Continue reading
  • 우문현답
    https://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1172623.html
  • 대조(對照)
    한강 작가는 “인간은 왜 이렇게 잔인한가? 또, 동시에 세상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가?”를 질문하면서 글을 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7일 국회 앞에서 저도 동일한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누군가는 “야당의 무도함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비상계엄이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한밤중을 가른 계엄에 대항하여, 국회 앞에서…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