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大學)과 학문(學問)
오늘 Facebook에 내가 보전해두고 싶은 Brunch의 글이 하나 있어 올렸더니 고등학교에 있는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면서 말이다.
… 아주 무탈하며 단지 요즈음이 입시철이고 아는 후배들이 조금 생각나기에 저녁을 먹으면서 우연찮게 발견하게 된 글 하나를 올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아무래도 제목인 ‘하마터면 서울대 갈 뻔했다’가 다소 자극적이라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서 뭔 불미스러운 일이라던가 불편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냐고 오해를 낳을 만도 했기에……. 그러나 워낙에 위 글을 쓴 작가의 오늘날 우리나라의 10대들에게 주로 설파되는 어른들의 교육이나 논리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가슴을 궤뚫어서, 나도 하고 싶던 그러한 말들을 너무 명쾌한 문장들로 토해내고 있어서, 그래서 더욱이 글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말이다.
대학이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위 저자의 글에 공감하는 나로서는 다음과 같이 주장할 것이다. 학문 영역의 다양한 탐색을 통하여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일어나는 장소가 바로 대학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수업을 듣고, 그러면서 스스로의 사상(思想)을 발전시키고……. 그것이 바로 대학인 것이다.
대학이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 하는 질문에는 또 다른 대답도 있어야 한다. 왜 학문을 배워야 하는지(우리는 이 질문을 오래 전부터 던져오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해 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학문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 학문은 어떻게 탄생하는지 등, 그러한 질문의 제기가 역설적이지만 하나의 대답이 되어야 한다. 질문에 대하여 평서문으로 대답하지 않고 의문문으로 대답한다는 것은 사실 대답하고 있지 않은 것임을 나는 알고 있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어떤 영역으로 진보하였다는 것은 당초 질문에서 한 발자국 나아간 것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대학에서 나는 무엇을 하는가? 끝없이 배울 뿐이다. 그렇게 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나도 모른다. 나는 그저 이 세상과 그 속에 위치한 나 자신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를 규명하고 싶은 강력한 욕구에 따르고 있는 것 뿐이다.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 대학을 다니는 것도 아니며, 지연이니 학연이니 하는 인간관계의 이점을 노리고 대학을 다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어느 유명 대학에 들어갔다는 허상 위에 세워진 모래성 마냥 그저 어느 날 바람에 산산히 부서지고야 마는 허풍 속에서 대학을 다니는 것도 아니다. 대학은 어떤 기능이어야 하는가? 학문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에서 나아가 더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그것에 대답하기 위하여 대학을 다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학문을 하기 위한 기관으로서 대학은 설치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이들은 대학은 학문을 하기 위한 기관만의 성격을 가진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혹자는 대학 속에서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와 경제적 위치에 대한 걱정을 보지만, 혹자는 끝없는 호기심이 광활한 영역 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음을 본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본연적인 질문을 던질 것인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계속 머물다가 말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