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의 이해(Understanding Western Philosophy) 문답 #3.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 의의와 전략, 표상적 실재론,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과 비판
#1.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는 어떤 의의를 가지는가?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하여 앎의 가장 근본이 되는 ‘의심할 수 없는 앎의 원천’을 찾으려고 했다. ‘썩은 사과 골라내기’로 비유될 수 있을 이 과정을 통하여 데카르트는 다음을 얻는 쾌거를 이루었다.
- Cogito 명제 (Cogito Ergo Sum, 사유하고 회의하는 나의 현존성)
- 성실한 신의 존재 (신 존재에 대한 인과론적 증명)
- 외부 세계에 대한 나의 앎(관념)의 진리성
- 심신이원성 (몸과 마음은 분리됨)
#2. 데카르트가 ‘방법적 회의’를 통해 얻은 것 중, 심신이원성을 제외한 나머지, Cogito 명제, 신의 현존성, 외부 세계에 대한 나의 앎의 진리성은 각각 무엇을 말하며 어떻게 얻었는가?
Cogito 명제는 “Cogito Ergo Sum”이라는 문장으로 대표되는, 사유하며 회의하는 나의 존재는 의심할 수 없다는 명제를 말한다.
데카르트는 이 Cogito 명제, 즉 의심할 수 없는 나의 현존이라는 관념의 원천으로 성실한 신을 제시하였고, 이로써 인과론적, 즉 관념의 원인으로서 신의 존재를 보였다.
그리고 나아가 이러한 성실한 신의 존재로 인하여 그는 사악한 악령의 가설을 철회하였는데, 사악한 악령과 성실한 신은 양립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사악한 악령의 가설을 철회함에 따라 그가 외부 세계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기존의 앎이나 이성을 통해 얻은 지식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즉, 외부 세계에 대한 자신의 앎의 진리성을 얻어냈다.
#3.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는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가?
데카르트는 수많은 “앎”을 일일이 회의의 대상으로 넣어 부정하거나 의심하기보다는, 이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이들 앎을 산출하는 감각 경험이나 이성 등 “앎을 산출하는 원리 · 법칙”을 의심하는 전략을 사용하였다.
#4.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는 구체적으로 어떤 단계를 거쳤는가?
데카르트는 상식적 실재론을 비판하기 위하여 ‘방법적 회의’를 동원, 다음의 3단계를 거쳤다.
- 감각적 환상으로부터의 논증
- “우리의 감각은 종종 오류를 일으킨다”
- 비판: 감각 경험 중 분명 의심 불가능해 보이는 것이 있다.
- 꿈으로부터의 논증
- “나는 지금 아주 생생한 꿈을 꾸는 것일 수도 있다”
- 비판: 항상 꿈을 꾼다면 깨어 있음은 존재하지 않는다 / 꿈과 생시는 다르며 구분될 수 있다 / 꿈은 비의식적인 상태로 의식 작업을 요구하는 꿈과 생시의 구분은 불가능하다
- 사악한 악령 가설 논증
- “사악한 악령이 나에게 외부 세계에 대한 거짓된 관념, 앎, 지식을 주입한 것일 수도 있다”
#5. 표상적 실재론의 등장 배경을 데카르트의 상식적 실재론에 대한 ‘방법적 회의’를 통한 비판과 연관지어 설명하면?
데카르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하여 상식적 실재론을 비판하였고, Cogito 명제, 성실한 신의 현존성, 외부 세계에 대한 나의 앎의 진리성, 심신이원성 등을 논의하였지만 여전히 외부 세계와 나 자신이 지각하는 것 사이의 관계는 의심 대상으로 남겨두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외부 세계의 현존은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직접적 지각의 대상은 외부 세계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론이 태동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표상적 실재론이다.
#6. 표상적 실재론이란 무엇인가? (표상적 실재론의 정의)
‘외부 세계의 실존’은 인정하면서도, ‘우리의 지각 대상은 외부 세계의 사물’이라는 명제는 부정하는 인지론 입장을 표상적 실재론이라 한다. 대표 주자는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John Locke)이다.
#7. 표상적 실재론은 외부 사물과 지각 사물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보았는가?
표상적 실재론은 우리가 지각하고 반성하는 것은 외부 세계에 실존하는 사물이 아니라, 그 사물을 반영하여 형성된 내적 표상(주로 이러한 내적 표상은 감각 기관을 통하여 형성), 즉 관념(idea)라 보았다. 즉, 표상적 실재론은 지각과 반성의 유일한 대상은 외부 사물이 아닌 내부에 형성된 관념이라고 보았다.
#8.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크게 3가지 특징을 가진다. ‘직접적 실재론의 거부’, ‘현상론 거부’, ‘제1성질 · 제2성질의 구분’이 바로 그것이다. 각각은 무엇인가?
#8-1. 직접적 실재론의 거부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우리는 외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직접적으로 지각한다는 직접적 실재론을 거부했다. 즉, 표상적 실재론에서 지각의 대상은 외부 사물이 아닌, 이 외부 사물을 표상한 내적 관념이다.
존 로크는 우리의 반성 · 지각의 대상은 감각 기관을 통해 형성된 외부 사물에 대한 관념이라고 주장했다.
즉, 존 로크는 우리는 외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지각할 수는 없으며, 오로지 감각 기관을 통해 내적으로 형성된 표상인 관념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외부 세계를 지각할 수 있을 뿐이라고 보았다.
#8-2. 현상론 거부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외부 세계의 실존을 주장한다. 따라서 표상적 실재론은 외부 세계의 존재마저 회의의 대상으로 놓아 판단 중지를 권고하는 현상론을 거부한다.
#8-3. 제1성질 · 제2성질의 구분
존 로크는 사물의 성질은 제1성질과 제2성질의 두 종류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당시에 유행하던 미립자 이론을 채용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사물의 제1성질은 사물을 구성하는 미립자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질로, 결코 사물과 분리될 수 없는 성질이다. 사물의 제1성질은 지각자에 따라 동일하게 지각되며, 제1성질에 대한 관념은 제1성질과 동일하거나 유사하다.
반면 사물의 제2성질은 사물의 제1성질에 의하여 격발된 감각에서의 관념에 의하여 발생하는 성질로, 지각자에 따라 다르게 지각될 수 있는 성질이다. 제2성질에 대한 관념은 제2성질과 다를 수 있다.
제1성질의 예시로 로크는 모양, 연장, 수 등을 들었으며 제2성질의 예시로는 색상, 맛, 향기 등을 들었다.
#9.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에 대한 보편적 비판에는 ‘제1성질에도 환상 논증이 적용됨’, ‘머릿속의 작은 지각자’, ‘실제 세계와 관념의 비교 불능’이 있다. 각각은 무엇인가?
#9-1. 제1성질에도 환상 논증이 적용됨
존 로크는 표상적 실재론에서 제1성질과 제2성질의 구분을 주장하였지만, 그 관념과 실제 사물의 성질이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 주장한 제1성질의 예시로 든 모양, 연장도 때때로 감관이 착각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여전히 제1성질과 제2성질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다.
#9-2. 머릿속의 작은 지각자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에 따르면, 우리는 외부 세계에 대한 관념을 지각하고 반성한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은 마치 머릿속에 작은 지각자가 외부 세계에 대한 영상을 보고 있는 것과 같으며, 계속해서 그 지각자 내부의 또 작은 지각자를 상정할 수 있어, 무한한 지각자가 발생하는 무한 퇴행의 문제에 빠진다. 이 무한 퇴행의 문제는 누가 지각자인지 특정할 수 없게 하는 문제점을 가져온다.
#9-3. 실제 세계와 관념의 비교 불능 (내적 모순)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에 따르면, 이론에서 우리가 지각할 수 있는, 즉 앎의 유일한 대상은 외부 세계가 아닌 내적인 표상, 즉 관념 뿐이라고 했다. 그런데 표상적 실재론은 이론에 따르면 결코 알 수 없는 ‘외부 세계’의 실존을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존 로크의 표상적 실재론은 내적 모순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