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의 이해(Understanding Western Philosophy) 문답 #8. 윤리학과 그 분류, 규범윤리학, 의무론적 윤리학

2021-12-07 0 By 커피사유

#1. 윤리학이란 무엇인가?

‘옳음’과 ‘좋음’에 대한 철학적인 이론 분과, 당위에 대한 학문을 윤리학이라 한다. 즉, 윤리학은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2. 사실 명제란 무엇인가? 당위 명제란 무엇인가? 사실 명제와 당위 명제는 각각 어떤 어미로 주로 끝나는가?

참과 거짓에 관한 명제를 사실 명제라 한다. 사실 명제는 주로 ~이다 / ~아니다의 어미로 종결된다.

옳고 그름, 좋고 나쁨에 관한 명제를 당위 명제라 한다. 당위 명제는 주로 ~해야 한다 / ~해서는 안 된다의 어미로 종결된다.

#3. 윤리학은 어떤 기준에 따라 크게 3종류로 구별된다. 분류 기준은 무엇이며, 각각의 분류는 무엇인가?

윤리학은 옳고 그름의 문제를 어느 차원에서 고찰하느냐에 따라, 즉 옳고 그름의 문제를 다루는 층위에 따라 규범윤리학, 메타윤리학, 실천윤리학의 3단계로 구분된다.

규범윤리학은 옳고 그름에 대한 1차원적인 층위에 대한 윤리학이다. 즉, 규범윤리학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이 옳고 그른지를 다룬다. 규범윤리학은 크게 동기적 측면을 중시하는 의무론적 윤리학과, 결과적 측면을 중시하는 목적론적 윤리학으로 나누어진다.

메타윤리학은 옳고 그름에 관한 2차원적인 층위에 대한 윤리학이다. 즉, 메타윤리학은 도덕 이론이나 윤리 이론에 대하여 분석하고 논의한다. 메타윤리학은 사실의 영역과 당위의 영역 사이의 관계 설정에 따라서 자연주의, 도덕적 상대주의, 비인지주의로 나누어진다.

실천윤리학은 규범윤리학과 비슷한 문제를 다루지만, 규범윤리학은 도덕 이론을 먼저 세우고 이를 실생활에 적용하려는 반면 실천윤리학은 실생활에 대한 관찰로부터 도덕 이론을 세우려고 하는 윤리학이다. 실천윤리학은 규범윤리학의 문제를 실생활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시도라고도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4. 규범윤리학은 어떤 기준에 따라 크게 두 종류로 구분된다. 분류 기준은 무엇이며, 각각의 분류는 무엇인가?

옳고 그름에 대한 1차원적인 물음을 다루는 윤리학, 즉 어떤 행위가 옳고 그르며 좋고 나쁜지를 다루는 규범윤리학은 ‘좋음’과 ‘옳음’의 관계 설정에 따라 동기적 측면을 중시하는 의무론적 윤리학과 결과적 측면을 중시하는 목적론적 윤리학으로 나누어진다.

의무론적 윤리학은 ‘옳음’으로부터 ‘좋음’이 도출된다고 주장한다. 즉, 모든 개인은 도덕적 의무를 가지고 있으며, 이 도덕적 의무에 따라 산출된 행동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목적론적 윤리학은 ‘좋음’으로부터 ‘옳음’이 도출된다고 주장한다. 즉, 결과를 보다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좋은 것이야 말로 옳은 것이라는 것이다.

#5. 의무론적 윤리학은 무엇인가? 의무론적 윤리학은 어떤 기준에 따라 2가지 영역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 기준은 무엇이며, 산하 분류 영역은 각각 무엇인가?

옳고 그름에 관한 1차원적인 질문에 대한 윤리학인 규범윤리학에서 ‘옳음’으로부터 ‘좋음’이 기원한다고 보는 의무론적 윤리학에서는, 모든 개인은 도덕적 의무를 가지며 이 도덕적 의무에 따라서 행위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의무론적 윤리학은 도덕적 의무의 원천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유신론적 의무론무신론적 의무론으로 구분된다. 유신론적 의무론은 도덕적 의무의 원천을 신의 의지에서 찾으며, 무신론적 의무론은 신과 무관한 원천에서 도덕적 의무를 찾는다.

#6. 유신론적 의무론의 대표 주자는 무엇이 있는가? 이것의 배경은 무엇이며, 도덕 의무는 어디에서 기원한다고 보는가?

유신론적 의무론의 대표 주자로는 서양의 기독교 철학과 전통에서 비롯된 기독교 윤리학이 대표적이다. 기독교 윤리학은 도덕적 의무는 신의 의지로부터 기원한다고 본다. 기독교 윤리학에서 도덕적 의무는 신이 미리 정해둔 것으로, 불변한다고 본다.

#7. 기독교 윤리학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각각의 비판은 무엇이며, 구체적으로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가?

기독교 윤리학은 첫 번째로 비록 신이 내린 불변의 도덕적 의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그 도덕적 의무는 서로 상충하기 때문에 무엇이 신의 진정한 의지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십계명이 가장 대표적인데, 십계명에 적힌 ‘거짓말하지 말 것’과 ‘살인하지 말 것’에 관한 유대인을 숨긴 독일인의 역설이 가장 대표적으로 이 비판을 잘 보여준다.

나치 정권 하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독일인의 집에 친구 유대인을 숨겨준 후, 게슈타포가 찾아왔을 때 이 독일인은 ‘유대인이 없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을 하게 되지만’ ‘살인을 하지는 않게 된다’. 그러나 ‘유대인이 있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은 하지 않게 되지만’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처럼 기독교 윤리학에서 주장하는 신이 정한 도덕적 의무는 서로 상충하는 상황이 많아 무엇이 진정한 신의 의지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기독교 윤리학은 두 번째로 선한 신이 존재하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에 수용하기 어렵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즉, 신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기독교 윤리학에 대한 세 번째의 비판은 흔히 에우티프론의 딜레마라 불리는 역설이다. 이 역설에서는 신의 명령과 도덕적 행위의 선후 관계를 질문한다.

에우티프론 딜레마의 논증 과정은 아래와 같다.

  • 신으로부터 도덕적 의무가 기원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다음의 두 가지 명제 중 하나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 그 행위가 도덕적이기 때문에 신이 해당 행위를 명령한다.
    • 신이 명령했기 때문에 그 행위가 도덕적이다.
  • 제1명제. 행위가 도덕적이기 때문에 신이 해당 행위를 명령한다를 받아들이는 경우, 이 경우 신은 필요가 없게 된다. 신과 독립된 도덕 영역이 상정되었기 때문이다. 신은 이 경우 도덕과 인간 사이를 매개하는 중개자의 역할을 할 뿐이라서, 굳이 신이 없어도 도덕적 의무의 원천이 설명될 수 있다.
  • 제2명제. 신이 해당 행위를 명령했기 때문에 행위가 도덕적이다를 받아들이는 경우, 이 경우 신이 명령할 수 있는 행위란 자의적이어서 이를테면 비도덕적인 행위가 도덕적인 행위로 명령될 수도 있다. ‘살인하라’, ‘거짓말하라’와 같은 행위가 도덕적인 행위로 명령될 수도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 이에 대하여 신은 ‘선하기 때문에’ 그런 명령을 하지 않는다라고 논증하는 것은 제1명제와 같은 결론으로 귀결된다.
    • 신은 ‘선하기 때문에’라고 말하는 것은 신과 독립되어 있는 도덕 영역을 상정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 신은 도덕 의무의 원천을 논의할 때 필요 없는 존재가 된다.

따라서 에우티프론의 딜레마에 따르면, 도덕 의무의 원천으로 신을 지목하는 경우 위 딜레마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독교 윤리학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여겨진다.

#8. 무신론적 의무론이란 무엇인가? 그 대표 주자에는 무엇이 있는가?

도덕적 의무의 원천을 신이 아닌 다른 요소에서 찾는 의무론적 윤리학을 무신론적 윤리학이라 한다. 무신론적 윤리학의 대표 주자로는 칸트 윤리학이 있다.

#9. 칸트 윤리학은 어떤 주장인가? 무엇을 특히 중시하는가?

칸트 윤리학은 실천 이성에 의하여, 보편화 가능한 준칙에 따라 행해진 행위만이 도덕적이라는 주장의 윤리학이다.

칸트 윤리학에서는 우선 행위의 동기를 중시한다. 동기 중에서도 칸트 윤리학에서는 오직 실천 이성에 의한 행위만이 도덕적이라고 주장한다. 감정적 충동, 도덕 감정에 의하여 행해진 행위는 도덕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칸트 윤리학에서는 보편화 가능한 준칙에 따라 행해진 행위를 중시한다. 이 때 준칙은 사람의 행동을 산출하는 규칙인데, 보편화 가능하다는 것은 유사한 상황에서도 널리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행해야 할 수 있음을 함축하는 표현이다. 칸트는 실천 이성에 의하며, 보편화 가능한 준칙에 따른 행위만이 도덕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10. 칸트 윤리학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 비판에 직면한다. 각 비판은 무엇인가?

우선 칸트 윤리학은 공허하다는 비판에 마주한다. 칸트 윤리학은 도덕적 행위를 산출하는 규칙(실천 이성에 의함, 보편화 가능한 준칙에 의함)을 말할 뿐이지, 구체적으로 무슨 행위가 도덕적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제공하지 못한다. 따라서 칸트 윤리학은 전혀 도덕 판단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비판에 맞서게 된다.

다음으로 칸트 윤리학은 도덕 감정과 행위의 결과를 지나치게 도외시한다는 비판에 마주한다. 칸트 윤리학은 오직 실천 이성에 의한 행위만이 도덕적 행위라고 선언하였기 때문에 연민과 같은 도덕 감정을 지나치게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게다가 칸트 윤리학은 동기에 너무 치중하여, 행위가 가져오는 결과는 도덕 판단의 기준에 고려하지 않아, 선의의 바보에 대한 비판의 가능성을 없앤다는 문제점이 있다.

칸트 윤리학은 마지막으로 경험적으로는 알 수 없는 동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동기는 일반적으로 경험 너머에 있는 것으로, 경험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도덕 판단에서 고려할 수 없는 요소이다. 따라서 칸트 윤리학은 실제 도덕 판단에 아무런 이점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