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여 개인들이 어떠한 외압도 받지 않고 미래를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까?
문제 제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의 저서 ‘나무’ 중에서 ‘가능성의 나무’라는 것을 상상하였다. 그는 어떤 ‘나무’ 형태의 수형도의 그림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그리고, 그 나무에 수많은 전문가들이 논리로 구성된 나무의 가지를 달고 다양한 가정과 그에 따른 모든 예상들, 그리고 상상들을 달아 놓는 것을 그려냈다.
인류는 전체 공동의 지성을 가지고 있고, 이는 비단 각 개인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이 분명하므로 각 개인은 모두 각자의 지성과 경험을 이용하여 이러한 ‘나무’의 형성에 참여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가를 초월하여 모든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으려면 당연히 인터넷이 필요하겠고, 인터넷 포럼이나 위키 등의 성공적인 사례를 볼 때면 나는 ‘나무’를 만들어가는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 포럼, 위키, 시사 토론 등을 보면 사람들은 건강한 토론이라기보다는 무언가 혐오나 감정적 요소가 개입된 여러 가지 문제들을 ‘비신사적’인 방식으로 토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이러한 ‘가능성의 나무’를 대중에게 오픈하는 경우, 몇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 하나는 비방성 혹은 감정소모적인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대중의 선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과연 그렇다면 그 어떠한 외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자본의 논리, 권력의 논리) 오로지 학문적으로, 사람들이 우리 인류 전체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플랫폼의 구축은 불가능한 것인가?
탐구해야 될 사항, 혹은 점검해야 할 사항
-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경우에는, 사람들 간의 익명성에 기반한 상호 혐오나 감정적 토론, 근거나 논리에 기반하지 않는 의견 교환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위키의 사례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을 뿐더러 건전한 의견교환과 논리를 방해하는 중대한 위험 요소이므로, 이는 내가 상상하는 ‘나무’를 완성하는 공동체에서는 용납될 수 없어야 한다. 커뮤니티 상에서 실명을 밝히는 것은 이러한 것을 방지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인가?
- 한편, 그의 신분이나 신원이 알려지는 경우는 오히려 실제 사회 구조 내에서의 지배 관계를 이용하여 논리를 재편하거나 인간의 욕심에서 기원한 편가르기 및 선동의 가능성이 중후해보인다. (언론플레이라고 이해되는 현상들) 그렇다면 실명과 사회적 신분을 커뮤니티 내에서 밝히는 것은 도움이 되는가?
- 인터넷은 그 서비스의 제공 구조 상, 수많은 클라이언트들이 한 개의 서버에 접속하여 여러 파일을 제공하고 받는 구조이다. 이 때문에 서버를 가지고 있는 회사와 이용객 사이의 계약 관계가 성립하기 시작하는데, 이용객은 자명히 서버를 제공하는 회사의 권력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만약 내가 상상하는 커뮤니티가 이러한 어디에서든지 집권적인 구조로 운영되는 경우, 이것은 필연적으로 외압에 휘둘릴 가능성을 제공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중앙적인 서버를 구성하지 않고도 이러한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는가? 블록체인 기술로 대표되는 방식이나, 메르센 소수 프로그램과 같이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똑같이 서버-클라이언트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분산적 정보를 제공하면 되지 않을까?
- 이 ‘나무’에서는 어떤 주제를 논할 수 있어야 할까? 이론상으로는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하여 논의하고 상상할 수 있어야 하지만, 문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의 경우 토론의 규칙을 위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발견되며, 이는 결국 양단 극화로 이어져 커뮤니티의 붕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주제를 한정하는 것이 필요할까?
- ‘나무’는 어떻게 관리되어야 하는가? 토론에는 중재자가 필요하며, 전체 시스템을 관리하는 운영진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그것을 관리할 알고리즘이 존재하던가. 만약 운영진을 선출하려면 그 운영진의 임기, 권한, 운영 방식, 권한의 분할 방식, 끌어내릴 수 있는 방식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 반달 문제는 어떻게 회피할 수 있는가? 나무위키 등 위키위키를 보면 비로그인 이용자의 수많은 문서의 고의적 훼손 등의 문제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특정 사용자만 참여할 수 있도록 빗장을 닫아야 하는가? 심사 체제를 도입해야 하는가? 빗장을 닫아 걸면 형평성, 혹은 인류 전체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상에 위배되며 그렇다고 다 열면 반달과 ‘토론의 태도’를 아직 잘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참전으로 토론이 아닌 그냥 말 전쟁터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현저하다. 어떤 규칙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회피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