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약함과 신
인간은 유약하기 때문에 신을 찾는다.
니체가 이러한 주장의 선봉에 있다는 점에서 나의 이러한 선언은 새로운 선언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의 선언은 당돌할 것인데, 왜냐하면 신을 믿는 수많은 이들에게 강력히 비난받을 명제를 지금 주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위 명제가 참이라는 나의 주장을 철회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개인이 언제 신을 찾는지 아주 잠시만 생각해보아도 위 명제의 거짓은 있을 수 없는 일임이 명백하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세상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 즉 자신의 능력 혹은 감당 가능한 범위 바깥의 어떤 사건이 벌어질 때, 그러한 사건에 휘말릴 때 신을 찾고 그에게 의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평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 안에서 생활할 때 인간은 신을 찾지 않는다.
신은 절망과 불가분이다. 신의 전지전능함과 자비로움은 개인이 세상에서 마주하는 무능감과 생존을 위한 피튀기는 경쟁의 대립물로서 상정된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을 찾는 인간은 스스로의 무능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인간이다. 진정으로 능력이 있으며 세상을 당당히 마주할 수 있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 역경 앞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결코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지 않는 그러한 인간이라면 신을 찾지 않는 법이다.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도 신을 편리한 감정의 쓰레기통이자 자기 합리화의 도구로 쓰지 않을 것이다. 그는 그의 무능함을 탓할 것이다. 그는 그의 부족함을 탓할 것이다.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해서 보다 정직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추구하기에.
유약한 나는 종종 신을 찾고 싶어지는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그것은 비겁한 짓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나는 스스로의 운명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니체가 외쳤던 것이 바로 이것이기에, 신의 죽음을 말한 니체에 대한 나의 해석이 바로 이것이기에.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과 책임 의식이 여기에 있어야 하기에, 그런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또한 남고 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