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유권자
갓 스물을 넘기고 올해 3월에 주어지는 첫 투표권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관심사가 대선 쪽에 많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대선 후보가 확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이 제대로 보도되거나 전달되지 못하는 것인지 나는 도대체 어떤 후보가 나의 5년 동안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펼칠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후보들의 공약이 비슷해서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후보들의 공약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지상파 방송들에서 해야 할 후보들의 경제 정책 인터뷰를 모 Youtube 채널에서 진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른 일로 바빠서 지금 다 보지는 못했지만 일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부터 경제 정책은 어떤 것들을 구상하고 있는지, 대한민국 경제의 어떤 점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지를 확인하는 중이다. 동일 채널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경제 정책 인터뷰도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바쁘더라도 시간을 좀 내어 확인하면 그나마 첫 투표권을 누구에게 행사해야 할지를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나에게 있어 정치란 내가 다음 일정 기간동안 살아가게 될 사회 – 즉 외집단의 환경 조건을 결정하기 위한 하나의 민주적 절차이기 때문에 이성의 명령에 따라 가장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방향으로 외집단의 환경 조건을 조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올바른 선거에 대한 투표권자의 태도이다. 감성이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도 물론 유효한 전략이 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아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 후보자가 얼마나 장차 우리 사회를 올바르고 나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물론 장기적 이득을 포함해야 한다. 단기적 이득만을 계산하면 절대 나에게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이를테면 선심성 공약에 불과할 뿐인 금전 지급 공약은 그저 공약公約일 뿐이다.) 사회를 이끌어나가게 될 것인가이다.
그동안 내가 대선에 대해 들은 것은 어느 후보의 도덕성이 좋지 않으므로 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옳다라는 논설이거나 또는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기 위하여 일단 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 옳다 또는 정권을 수호하기 위하여 일단 이쪽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는 논리들이었다. 그러나 이성이 명령하는 바를 제1의 가치로 삼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이야기는 논리가 결여되어 있는 하나의 광신적인 종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숙의를 통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그나마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 어렵게나마 가장 잘 나아갈 수 있을 가능성이 높은 방식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되어 왔다. 이 사실 앞에서 바람직한 유권자의 태도란 무엇인가. 나는 적어도 내가 지금 생각하는 방식이 옳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