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음악
어제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김초엽 작가의 SF 단편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을 읽고 아주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얼마 전 우연한 계기로, 가사와 음악의 분위기를 명시하면 인공지능에게 곡의 작곡을 의뢰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바로 나는 단편집의 줄거리를 바탕으로, 그리고 내가 느낀 인상을 바탕으로 가사를 적어 내려갔다.
나온 결과물은 썩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인공지능이 당초 내가 생각했던 가사를 음원 합성 중에 조금 수정하거나 또는 발음이 뭉개지는 일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게 나온 것 같다. 원래 내가 생각하여 입력한 가사를 여기에 병기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인공지능과의 교섭에서 최종적으로 탄생한 버전도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여 굳이 적지 않기로 한다.
문제는 거리감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같은 세계 속에 있고 같은 우주 속에 있다 하더라도 우리에게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가 있는 이상, 우리는 다만 외로움이 늘게 되는 법이다.
그런 정서를, 그 단편의 정서와 나의 정서가 혼합된 그 느낌을 전달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이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음악적으로 이 곡이 성공적인지는 다소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별이 떨어질듯 스쳐가는 밤이었었지
그녀는 정거장에 앉아 있었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돌고 있었네
그녀의 기다림도 정거장도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비록 서로를 향해 나아갈 순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순 있을까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었었지
마지막 배 떠나던 날이었다고
모든 일이 끝났을 땐 남은 것도 별로 없었네
그녀의 시간도 희망도그녀의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비록 서로를 향해 나아갈 순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순 있을까그녀는 나를 보며 입을 떼었었지
나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가야 할 방향은 저기니
나를 떠나게 해 달라고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같은 의미, 같은 사랑 속에 있다 하여도
같은 세계와 같은 슬픔을 나눈다 하여도다만 외로움이 늘고 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