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짐
… 결국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애도도, 어떤 것을 위한 강한 열망도 유행일 뿐이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적어도 그런 것 같다. 그러므로 얼마 전 LH 직원 중 한 명이 블라인드에 올린 문제의 글에서의 주장은 틀리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결국은 세상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다른 화두를 찾는다. 누군가가 죽고 누군가가 울부짖는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웬만해서는 별로 없다. 바뀌는 경우가 사실상 예외적이며 놀라운 것이다.
버마의 민주화 운동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이래로 한 때 뜨겁게 타올랐던 홍콩 민주화의 시위는 결국 중국에게 진압당했다. 그들은 끝까지 소리쳤지만 더 이상 세계적 관심이 없을 때 중국이 다시금 홍콩을 자신의 통솔 아래에 두는 것은 몹시 쉬운 일이었다.
LH 직원의 부동산 투기에 국내의 관심이 쏠린 이래로 변희수 씨의 죽음은 또 잊혀지고 있다. 그들도 끝까지 소리치다가 결국은 너무 지쳐버리고 말았지만 새로운 화두를 좋아하는 여론과 새로운 자극을 좋아하는 대중들은 결국 또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모든 관심은 결국 유행이고,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물론 어떤 것은 그러지 않을 수 있으나 솔직하게 인정하자면 극히 예외적이다. 그것이 오늘날 나를 너무나도 비참한 기분이 들게끔 한다.
… 하지만, 보통은 시도가 잊혀진다고 하더라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더라도 나라면 한 번 알지만 시도해보고 싶다. 그렇게 소리지르는 것이 아무에게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소리라도 질러서 나는 세상에 맞서보았노라고 말해보고 싶다. 변화하는 것이 없어도 좋다. 있으면 최상이지만 없다 하더라도 잊혀지는 자들의 투쟁의 의미가 상실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 적어도 나는 아직까진 그렇게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