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로크(John Locke)의 『인간지성론』 독서를 시작하며
서울대학교 이정환 교수님의 『서양철학의 이해』 강좌에서 요즘 들어서 인지론에 관한 서양철학에서의 다양한 주장과 관점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얼마 전의 강의에서 추천도서로 존 로크(John Locke)의 『인간지성론(An Essay Cocerning Human Understanding)』가 제시되었기에 안 그래도 어려운 고전들에 줄곧 도전하기를 좋아하는 나의 도전 욕구가 자극되어 구매해버린 『인간지성론』 책이 마침내 조금 전에 도착했다.
그러나 도착한 책의 포장을 뜯어보고 나니, 문제점이 하나 발견되었는데, 책의 두께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두꺼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당초에 데카르트의 『성찰』과 같이 조금 얇은 두께이지 않을까, 혹은 두껍기는 하더라도 그래도 400쪽 내외 정도는 아닐까 생각했는데, 웬걸, 대한민국 형법전 정도의 두께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무기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질량과 부피를 가지고 있어서…….
책의 두께를 보고 순간 eBook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에 이 서적을 내가 도서 구매에 자주 사용하는 웹사이트인 Yes24에서 검색하였을 때 eBook은 전무하고 시판되고 있는 종이책도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었고, 심지어 겨우 찾아낸 이 책도 물량을 확보하는데 시간이 걸린 덕에 하루 지연되어 발송되기도 했으니…….
왜 그렇게 사람들은 고전을 잘 읽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순간 또한 스쳐 지나갔다. 적어도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살아남은 이야기, 혹은 글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고전과 같은 책들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혹은 가치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인지, 시중에 흔히 시판되는 자기계발서나 투자와 관련된 책들만을 주로 읽고는 흥미가 없어져버리고 만다.
물론 그러한 시판되는 자기계발서, 에세이집, 투자와 관련된 각종 경제 서적들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들은 각자의 실용적 측면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인류사에서 중요한 획을 그은 사상이나 어떤 중대한 생각들을 담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고전은 이들을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인간의 감각과 자기를 계발하는 방법,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 경제 관념 등은 달라지겠지만, 인류가 어떤 사상을 기반으로 발전해왔으며, 그러한 사상이 오늘날에 어떤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관한 고찰은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빨리 변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빨리 변하는 것 뒤에 숨어 있는, 그래서 우리가 발견하고 끊임없이 찾아내야 하는 천천히 변하는 어떤 것, 추상, 생각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지나가는 요즘이다.
… 어쨌거나 이 막중한 두께에도 불구하고, 늘 그랬듯이 나는 천천히 책을 읽을 생각이다. 그것이 고전이 나에게 요구하는 바이기 때문이고, 또한 내가 바라던 바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