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에 관한 짧은 메모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일 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번 선거를 이재명과 윤석열을 서로 악당으로 하면 된다는 안일함 속에서 준비해오던 그들에게 정말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정치에서 다루기를 기대했던 논제들이 무엇인지 보여줄 때가 왔다”고 밝혔다. 이어 “오직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용기 있는 사람들의 편이 되어 정치하겠다”는 다짐도 내놓았다. 당 선거를 총괄하게 될 총선 사령탑으로서 4월 총선에서는 ‘당이 가장 도움 필요로 하는 곳’에 전략적으로 나서겠다며 험지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 (후략)
최성진. 〈이준석 “개혁성 강한 국민표 최대한 끌어올 것…금기 건드릴지도”〉 한겨레. 2024. 1. 20.
정치에 관한 논평을 공개적으로 게재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몇 가지 말을 남겨두어야 할 것 같다.
최근 한국 정치가 개인적으로 흡족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MBC 100분 토론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의 견해차가 지나치게 큰 것인지 정치란 결국 자원 배분에 관한 서로 다른 견해, 즉 갈등을 조정하는 의사 결정의 절차 혹은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갈등 해결은 커녕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개인마다 견해차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과연 기성 정치권이 이러한 정치의 기본적 정의에 입각한 정신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 정치 공학적인 계산도 좋지만, 승리라는 목적도 좋지만 결국 현대의 대의민주주의제를 채택하는 국가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정치인의 기본 존립 근거는 갈등 조정을 대리하고자 하는 민의에 있지,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러한 가능성을 차단시키고자 하는 민의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던가?
아마 지금 논의되고 있는 소위 〈제3당〉 논의는 그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고, 혹은 그냥 거대 양당의 공천에서 탈락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보험으로서 대두된 것일지도 모른다. 각각의 개별적인 정치 세력이 어느 것에 해당하는지 판정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나로서는 환영할 일이긴 하다.
얼마 전, 즉 지난 주 화요일의 MBC 100분 토론에서 유시민 작가와 유승민 전 의원은 냉철하게 보았을 때,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의 선거제도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았을 때 비례대표를 제외하고서 지역구에서 신당 세력들이 유의미한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논증한 바 있다. 물론 그 논증에는 두 사람의 정치적 견해가 일부 개입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유권자가 ‘내가 원하는 정치 세력’에게 투표하기보다는 ‘차악에 해당하는 정치 세력’에게 투표하는 현상이 강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비단 ‘기성복 정치’, 즉 대중에게 지지를 받아야 하는 정당의 특성상,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게 완벽하게 맞는 정당은 거의 존립할 수 없음의 영향만에 의한 것은 아니다. 승자-독식제인 소선거구제 그 자체가 사표를 많이 만들어내는 선거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나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차악에 해당하는 정치 세력에 투표함으로서 ‘저 사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정치를 만든 것은 아닌가 의심스럽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그들의 ‘정치적 계산’에 놀아난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것이다. 나의 권리는 오로지 나 자신만이 대변하며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비록 내가 던진 표가 선거제도에 의하여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고 할지라도, 설령 내가 던진 표 하나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는 최악의 후보가 당선된다고 할지라도, 어쩌면 다음 선거에서는 일종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어느 정당이던지 정책이 아닌 거부감으로 무장하여 감히 나를 선동하려는 정당은 즉시 이 땅에서 나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