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 속에서
종종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도저히 알 수 없을 만큼 심각한 방황 속에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러나 길을 잃었다고 생각되는 것은 비단 나 자신뿐만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누구나 길을 잃을 수 있다는 격언을 떠올리는 것도 아니다. 나는 흔들리는 상호 간의 신뢰와 사회를 이룩한 그 기반에 있는 모든 믿음들이 그 갈 길을 잃은 것은 아닌가 하는 기우가 조금씩 스스로의 안에서 떠오르고 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누구나 안심할 수 있고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공간이 흔들리는 경우 개인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소 따위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경우 개인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하여 사회가 자신에게 휘두르는 몇 가지 제약을 수용했으나 이제는 자신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땅이 흔들리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땅을 지배하는 주권이 잘못 행사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보와 책임을 쥐고 있는 정부가 그 역할을 마땅히 다하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드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수많은 이들이 병상을 기다리고 있음에도, 그렇게 하여 중환자가 집에서, 길 위에서 죽는 사례가 있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이다. 나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지붕 아래의 작은 공간과 사회적 계층이 이제는 점차 부끄럽게도 부모의 재산에 기대지 않고서는 더욱이 좁아지고 있다는 정황 증거들도 분명한 문제이다. 그러나 가장 암담한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합리적인 방안은 온데간데 없거나 잘 들려지지 않고, 오직 적대의 목소리만 들리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풍등이 흔들리는 것은 풍등이 흔들리기 때문인가, 공기가 흔들리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것을 보는 이의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인가. 흔들림 속에서 혼란은 잠재워지지 않고 나는 불안하며 어디로 향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길을 잃은 것은 정녕 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나 자신이 속한 공간 또한 그러한 것일까. 나는, 아니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