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비록 #1. 인공지능과 우리: 인공지능의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청비록(聽飛錄) 시리즈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공개 강연 등을 들으면서 메모한 바, 그리고 강연을 모두 듣고 나서 든 생각과 의견을 갈무리하는 공간이자, 커피, 사유만의 생각과 강연에서의 생각이 한데 어우러지는 조화의 공간입니다.
대입 자소서를 쓸 때 나는 나의 대략적인 꿈을 다음과 같이 확정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한 번 예측해보는 어떤 것을 만들어보자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가능성의 나무’라는 개념에 너무나도 매료된 나는 그 결과로 인하여 ‘나무’의 ‘가능성’만을 우위에 두면서, 그 꿈을 이룩하기 위해 복잡한 계를 이해하고 이를 예측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고자 하여, 평소 관심이 있던 지구과학적 영역과 결부하여 결국 지구환경과학부에 지원서를 들이 밀었다.
그리고 이제 그 합격 소식 이후에 개강을 하여,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강좌를 듣던 와중이었다. 서울대학교 대량메일발송시스템으로 서울대학교 AI 연구원이 주관하는 ‘인공지능의 윤리’에 관한 강연을 한다는 소식이 나에게 날아들었다. 평소 예측이라는 것에 관심이 있던 차이므로, 나는 호기롭게 ‘인공지능에 대한 나의 관심’이 이끄는 대로 하여 내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분명히 다루게 될 ‘인공지능’에 관한 ‘윤리적 논의’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했다.
나는 강의에서 나의 쉽지 않은 꿈에 대한 일련의 정보를 얻을 것을 기대했다. 조금 전에 끝난 강의를 들은 나의 결론은 그 기대는 충족하였지만, 생각보다 나의 꿈을 실현하는데에는 더 많은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사실로 인하여 다소 멍한 듯 하다.
강의 내용은 아주 많았으나 내가 생각하는 핵심은 이것이었다. 현재 각종 사회에서 도입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에 대한 의사 결정에 개입하는 경우, 이것은 인공지능의 작성 과정에 내포된 다양한 위험 요소, 그리고 그 인공지능이 출력한 결과에 대한 해석 등에 관한 문제로, 사회적 차별, 인적 네트워크의 고립화, 엘리트주의와 같은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널리 보여와 지금은 널리 거부되지만 만연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나는 인공지능의 윤리에 관련하여서는 주로 그 인공지능의 결과 해석에 결부된다고 생각하고 별로 그렇게 깊은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 인공지능이 사회적 영역에 적용될 경우, 개인에게 어떤 상처를 줄 수 있고 사회에는 어떤 부작용을 줄 수 있는지에 관한 깊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러한 나의 숙고의 얕음이 강의 중간에 드러나, 나는 사회적 예측에 사용되는 시스템인 ‘가능성의 나무’를 만들겠다는 나 자신의 의지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빙산의 일각으로 보였던 부분이 빙산 그 전체의 모습이 보일 조짐을 보이자, 그만 겁을 먹어서 정신적으로 후퇴해버리고야 말았다.
인공지능을 통한 사회적 예측은 그리 생각보다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학습에 이용되는 데이터의 선별 문제, 그리고 그 데이터에서 누락된 데이터의 문제, 그리고 이미 그 데이터 자체에 내포되어 있는 차별적 요소, 어떤 요목에 대한 반영 데이터의 대체 데이터의 선정, 그리고 요목에 대한 데이터 선택 등, 이미 인공지능에 관한 차별의 가능성은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부터 존재하며, 이 데이터에 대한 분석 방법의 결정, 분석 결과의 해석 및 적용 등 이미 여러 분야에서 차별의 가능성, 즉 ‘완벽하게 공정한 인공지능’에 대한 구멍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을 미루어보면, 나의 과업은 생각보다 아주 험한 여정을 가야 할 듯 싶다.
다만 지금으로써는 국내외적으로도 ‘인공지능의 윤리’에 관한 문제가 학계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며, 아직 여러 분야에서의 연구와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위안을 주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여정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었음을 전적으로 지시하는 것은 아니므로, 나의 꿈에 대하여 ‘윤리적 측면’에 대한 부분을 마땅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강의를 들은 이후 정신적으로 너무 높게 날아가버린 나머지 어디에 머리를 세게 부딪혀버린 바람에, 뭔가 나는 지금 정신이 없는 듯 하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지금 강의를 막 듣고 난 이후 나 자신의 생각을 보존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만약, 훗날의 나 자신이 이 글을 읽는다면, 나의 두서없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다만 나 자신의 꿈은 생각보다 더 험하고 먼 길을 가야 하며, 그 과정에 이루기 위한 길에는 인생의 길이를 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 적어도 그것이 지금 혼란스러운 나 자신에게서 이끌어낼 수 있는 단 하나의 명확함인 듯 하다.
+ 2021-3-11. 2021. 봄 서울대학교 AI 콜로퀴움 강의록 Rough 첨부. (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