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시간 #0. 시작하며
어느 날 혼자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허무해지고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고
눈물이 쏟아지는데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데
만날 사람이 없다주위엔
항상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날 이런 마음을
들어줄 사람을 생각하니
수첩에 적힌 이름과 전화번호를
읽어 내려가 보아도
모두가 아니었다혼자 바람맞고 사는 세상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 이해인.
거리를 걷다 가슴을 삭히고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
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바쁜 일상에 쫓겨 어느새 하루가 저물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우리가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한 해가 저물고 있으며, 우리의 황혼이 저물고 있으며, 어릴 시적의 향수와 추억이 저물고 있음을 깨닫는 듯 합니다. 영혼마저 바빠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이상하게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매스컴에서 수도 없이 등장하는 것이 유행이고, ‘초연결사회’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이제는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이라고들 하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정작 우리 스스로는 외로워지는 것일까요.
삶이란 때로 외로운 것이라고도 하지만, 막상 우리 스스로가 이러한 외로움에 당면하였을 때, 우리 스스로는 위안받을 어떤 것을 찾으려 하지만 결국에는 인터넷 속을 방황하며 시간을 보내기 마련입니다.
커피, 사유의 음악이 흐르는 시간 시리즈는 이러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바탕으로 출발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이제 졸업하는 시즌이 다 되어가니, 뭔가 지난 2년의 삶에서 무언가를 제가 느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문득 스치던 외로움은 비단 저 자신만의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조기졸업과 조기진학과 관련된 교육 현실의 모순 속에서, 대학 입시와 관련된 오늘날의 비극 속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기에, 그 쓸쓸한 누군가를 그나마 비슷한 경험을 했고, 하며, 할 사람으로서 위로해주고 싶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저 자신을 위로할 수도 있을 지도요.
필자는 그렇게 삶을 오래 살지는 못했습니다. 음악에 대해서도 단지 다양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들며 들을 뿐이지, 전문가의 경지에 도달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이 시리즈에서 제가 힘든 시절을 이겨내는 동안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음악을 공유하면서, 여러분들에게 일련의 카타르시스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마추어 라디오 DJ라도 그 나름의 가치관과 선곡이 있듯이, 저도 여러분들께 저 나름의 선곡으로써 일상 속의 작은 위안이라도 선물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시리즈, 음악이 흐르는 시간은 정기적으로 올라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각 포스트에는 단순한 음악 외에도, 그 음악에 얽힌 개인적인 이야기나 그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흔히 대중 음악에서는 가사, 멜로디, 박자의 3가지 요소가 큰 영향을 끼친다고들 하지만, 사실 모든 음악은 예술의 일종이고, 예술은 그 예술을 즐기는 사람의 삶과 결합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음악은 우리 스스로의 삶이 함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그 온전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아, 또 한 가지 더. 아마 시리즈가 진행되다보면, 약간 미니 앨범이나 모음집의 형태로(왜, 예전 CD 감성 있잖아요. 저 그런 거 좋아하거든요…) 포스트를 올리기도 할 것 같습니다. 그건 좀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뭐, 약간 앨범의 느낌으로 해서, 각 집마다 타이틀을 붙이고 커버를 제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여튼 오늘부터 해서 여러분들과 음악이 흐르는 시간으로 함께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가끔 들리시다가, 이 시리즈 포스트를 보신다면, 잠시 몇 분의 시간을 내어 쉬어가시면서 삶의 ‘여유’를 되찾으시는 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