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s

Quotes

예전부터 나는 책이나 노래 가사 등을 살피던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뽑아서 About 페이지에 정리해왔다. 그런데 문득 오늘 페이지를 살펴 보니 마음에 드는 문구가 너무 많아 보이길래, 아무래도 나 자신이 따로 정리해두고 싶은 문구들을 담을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만든 뒤 About 페이지에는 진짜 좋아하는 2 ~ 3개 정도만 남기고 여기로 이동해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문구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아 기록해두기로 한다.

2022. 1. 2. 처음 Quotes를 만들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 정치의 법률화
    재판은 완전하지 않다 재판은 오히려 게임에 가까울지 모른다. 엄격한 규칙이 전제되고, 그 규칙에 따른 공격과 방어를 통해 일정한 결말에 도달한다. 재판은 사실로 이루어진 사건에 내재하는 옳음을 찾아가는 작업이 아니라, 정해진 규칙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이다. 사실에 적용하는 법은 그 자체가 정당한 것이 아니라 제시되는 근거에 의해 좌우된다. 재판의 결과가 일정하지 않다면 법치의 무대에서 안정성이 사라진다.… Continue reading
  • 쇼츠, 이야기의 종말
    쇼츠와 ‘사상-계’ 이 모든 현상들은 유튜브 콘텐츠 형식으로서 ‘쇼츠’라는 현상으로 압축된다. 쇼츠 세계는 0과 1만이 존재하는 디지털 정보성의 실체가 극적으로 드러난 모호로비치 불연속면(Mohorovičić 不連續面)이다. 상품사회와 현대적 미디어가 야기한 사물-세계 상실, 이야기성의 상실이 드디어 여기에서 완전히 끝나고 완성된다. 쇼츠가 공간상의 거리 소거를 넘어 시간성을 삭제하기 때문이다. 쇼츠는 이야기의 압축이 아니라 이야기의 휘발이다. 극단적으로 평평해진 이 2차원… Continue reading
  • 간극의 상실, 해석의 상실
    코믹스 세계관 시대 현대적 미디어의 출현이 사물의 신비를 소거해 버렸다는 지적은 이미 낡은 것이다. TV가 출현하는 순간, 옛날이야기로, 전승된 민담으로 추측되던 사물들의 실체는 눈앞으로 불려 세워져 낱낱이 발가벗겨졌다. 사물들의 포르노화는 현대 미디어 시대의 본질이며 최종적 목적이다. 아마존의 어떤 어둠 속 동굴에서부터 인간의 침실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누구와 만나 어떤 아침 식사를 했는지, 인간 정신이 무슨 생각을… Continue reading
  • 시지프스 ‘이야기’
    이야기는 정보가 아니다 인간의 삶은 이야기 속에 있다.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참여함으로써 이야기 위에 삶의 집터를 짓는다. 이야기의 영토를 쇄신하고 이야기에 비추어 제 삶을 반추한다. 상상도, 신성도, 균형도, 반성도, 이야기를 거울삼음으로써 유추되는 인간 경험의 양상들이다. 최초의 이야기인 신들의 이야기가 성스럽다고 할 때, 그것은 신들의 성스러움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 말해야 한다.… Continue reading
  • 수기화인(修己和人)
    관계의 시작은 관심이다. 농익은 관계는 설익은 관심으로부터 발전된다. 남태령에서 촉발된 돌봄은 사회의 소수자와 약자를 향해 번져나갔다. 나 역시 전태일 의료센터에 기꺼운 마음으로 연말 성금을 보냈다. 반세기 전의 전태일이 이토록 가깝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우리의 분노가 좌우 아닌 생사에서 비롯되었듯, 전태일 역시 노동 현장에서 죽음을 몸으로 감각했다. 그의 저항은 생명의 위협에 분노하는 생의 주체로서의 외침이었다. 거기에… Continue reading
  •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어지는 문장들
    11. 결론 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제1항). 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율적 이성을 신뢰하고 모든 정치적 견해들이 각각 상대적 진리성과 합리성을 지닌다고 전제하는 다원적 세계관에 입각한 것으로서, 대등한 동료시민들 간의 존중과 박애에 기초한 자율적이고 협력적인 공적 의사결정을 본질로 한다(헌재 2014. 12. 19. 2013헌다1 참조). 피청구인이 취임한 이래,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일방적으로 국회의 권한을 행사하는 일이 거듭되었고,… Continue reading
  • 숲의 천이
    나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어, 너와 꼭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꼭 해야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 세상에서 너 말고 내가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너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모든 것을 너와 둘이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 하고 말했다. 미도리는 오래도록 수화기 저편에서 침묵을 지켰다. 마치 온 세상의 가느다란 빗줄기가 온 세상의… Continue reading
  • 장례식
    “그런데 와타나베, 괜찮다면 말해 줄래, 그 미도리라는 여자애랑 잤어?” “섹스했느냐는 거예요? 안 했죠. 이런저런 게 분명해지기 전에는 하지 않기로 정했거든요.” “이제 모든 게 정리된 거 아니야?”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오코가 죽었으니까 이것저것 모두 제자리를 찾았단 말인가요?” “그런 말이 아니야. 자긴 나오코가 죽기 전부터 정해 두었잖아. 그 미도리라는 사람과 헤어질 수 없다고. 나오코가 살았든… Continue reading
  • 주이상스(Jouissance)
    나는 그녀가 비 오는 날 아침에 노란 비옷을 입고 새장을 청소하고 모이 봉지를 나르는 정경을 떠올렸다. 반쯤 무너진 생일 케이크와 그날 밤 나의 셔츠를 적셨던 나오코의 눈물 감촉을 떠올렸다. 그렇다. 그날 밤도 비가 내렸다. 겨울에 그녀는 캐멀색 오버코트를 입고 내 곁을 걸었다. 그녀는 늘 머리핀을 꽂고 손으로 매만졌다. 그리고 맑고 투명한 눈으로 늘 내 눈을… Continue reading
  • 외로운 자기 위로
    4월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도 쓸쓸한 계절이다. 4월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듯이 보였다. 다들 코트를 벗어 던지고 밝은 햇살 속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캐치볼을 하고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지만 나는 완전한 외톨이였다. 나오코도 미도리도 나가사와도 모두 내가 선 장소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는 ‘안녕.’ ‘잘 지내니.’라고 말해줄 상대조차 없었다. 특공대마저도 그리웠다. 나는 애절한 고독 속에서…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