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s

Quotes

예전부터 나는 책이나 노래 가사 등을 살피던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뽑아서 About 페이지에 정리해왔다. 그런데 문득 오늘 페이지를 살펴 보니 마음에 드는 문구가 너무 많아 보이길래, 아무래도 나 자신이 따로 정리해두고 싶은 문구들을 담을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만든 뒤 About 페이지에는 진짜 좋아하는 2 ~ 3개 정도만 남기고 여기로 이동해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문구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아 기록해두기로 한다.

2022. 1. 2. 처음 Quotes를 만들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 숲의 천이
    나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어, 너와 꼭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 꼭 해야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 이 세상에서 너 말고 내가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어. 너를 만나 이야기하고 싶어. 모든 것을 너와 둘이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어, 하고 말했다. 미도리는 오래도록 수화기 저편에서 침묵을 지켰다. 마치 온 세상의 가느다란 빗줄기가 온 세상의… Continue reading
  • 장례식
    “그런데 와타나베, 괜찮다면 말해 줄래, 그 미도리라는 여자애랑 잤어?” “섹스했느냐는 거예요? 안 했죠. 이런저런 게 분명해지기 전에는 하지 않기로 정했거든요.” “이제 모든 게 정리된 거 아니야?”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오코가 죽었으니까 이것저것 모두 제자리를 찾았단 말인가요?” “그런 말이 아니야. 자긴 나오코가 죽기 전부터 정해 두었잖아. 그 미도리라는 사람과 헤어질 수 없다고. 나오코가 살았든… Continue reading
  • 주이상스(Jouissance)
    나는 그녀가 비 오는 날 아침에 노란 비옷을 입고 새장을 청소하고 모이 봉지를 나르는 정경을 떠올렸다. 반쯤 무너진 생일 케이크와 그날 밤 나의 셔츠를 적셨던 나오코의 눈물 감촉을 떠올렸다. 그렇다. 그날 밤도 비가 내렸다. 겨울에 그녀는 캐멀색 오버코트를 입고 내 곁을 걸었다. 그녀는 늘 머리핀을 꽂고 손으로 매만졌다. 그리고 맑고 투명한 눈으로 늘 내 눈을… Continue reading
  • 외로운 자기 위로
    4월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도 쓸쓸한 계절이다. 4월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듯이 보였다. 다들 코트를 벗어 던지고 밝은 햇살 속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캐치볼을 하고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지만 나는 완전한 외톨이였다. 나오코도 미도리도 나가사와도 모두 내가 선 장소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는 ‘안녕.’ ‘잘 지내니.’라고 말해줄 상대조차 없었다. 특공대마저도 그리웠다. 나는 애절한 고독 속에서… Continue reading
  • 데우스 엑스 마키나
    “바깥은 정말 날씨가 좋아요.” 나는 둥근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며 말했다. “가을인 데다 일요일이고 날씨도 좋고, 어디를 가도 사람으로 가득해요. 이런 날은 이렇게 방 안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게 제일 좋아요, 피곤하지도 않고. 복잡한 데 가 봐야 피곤하기만 하고 공기도 안 좋고. 전 일요일에는 대체로 빨래를 해요. 아침에 빨아서 기숙사 옥상에서 말리고 저녁 전에 거둬서 착착… Continue reading
  • 노르웨이의 숲
    “「노르웨이의 숲」 부탁해.” 나오코가 말했다. 레이코 씨가 부엌에서 고양이 저금통을 들고 오자 나오코가 지갑에서 100엔 동전을 꺼내 거기에 넣었다. “뭔데요, 그거?” “내가 「노르웨이의 숲」을 신청할 때마다 여기에 100엔을 넣기로 되어 있어. 이 곡을 제일 좋아하니까 특별히 이렇게 해. 마음을 담아 신청하는 거지.” “그게 내 담뱃값이 되기도 하고.” 레이코 씨는 손가락을 푼 다음 「노르웨이의 숲」을 연주했다.… Continue reading
  •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 같은 건 없다
    “고독한 게 좋아?” 그녀는 턱을 괸 채 물었다. “혼자서 여행하고 혼자서 밥 먹고 강의도 혼자서 뚝 떨어져 앉아 듣는게 좋아?”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 같은 건 없어. 억지로 친구를 만들지 않는 것뿐이야. 그러다가는 결국 실망할 뿐이니까.” 그녀는 선글라스 다리를 입에 물고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독한 걸 좋아하는 인간 같은 건 없어. 실망하는 게 싫을… Continue reading
  • 대극이 아닌 잠재로서의 죽음
    기즈키가 죽은 후 졸업할 때까지 열 달 남짓, 나는 주변 세계 속에서 내 위치를 찾을 수 없었다. 한 여자애와 사이가 좋아져서 같이 자기도 했지만 결국 반년도 가지 못했다. 그녀에게서 내 마음을 끌어당기는 어떤 흡인력도 느낄 수 없었다. 나는 열심히 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도쿄의 사립대학을 선택해서 시험을 쳤고, 딱히 별다른 감흥도 없이 입학했다. 그녀는… Continue reading
  • 사회문화적 성이라는 ‘키치’ 그리고 ‘자유’
    여성성을 옹호하는 목소리 중에 최근 영향력이 커진 주장은 트랜스 페미니스트 줄리아 세라노에게서 나왔다. 그녀는 페미니즘이 남성성을 선호하는 제도화된 가부장적 문화를 재생산한다고 비판한다. 세라노가 말하길, 페미니즘은 여아와 여성이 ‘남성적’ 자질과 활동을 더 잘 받아들이도록 만들었지만, 반대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문화는 여전히 남성이나 남아가 여성성을 표현하는 데 심한 불편감을 느낀다. 이 장의 서두에서 살펴본 비성차별적 양육의… Continue reading
  • 문화 또한 ‘심오하다’
    왜 우리는 진화심리학이 들려주는 얘기에 이토록 솔깃한 걸까? 부분적으로는 우리 일상에서 젠더 구분이 고정되어 있고 불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한몫한다. 만약, 아무리 말려도 분홍색 물건만을 원하는 딸을 둔 부모라면, 딸의 그러한 고집은 단순한 문화적 규범이 아니라 더 심오한 무언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는 천성이나 생물학을 ‘심오한’ 것으로 여기고, 문화는 얄팍하고 피상적인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