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o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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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나는 책이나 노래 가사 등을 살피던 중에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문구들을 뽑아서 About 페이지에 정리해왔다. 그런데 문득 오늘 페이지를 살펴 보니 마음에 드는 문구가 너무 많아 보이길래, 아무래도 나 자신이 따로 정리해두고 싶은 문구들을 담을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만든 뒤 About 페이지에는 진짜 좋아하는 2 ~ 3개 정도만 남기고 여기로 이동해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문구들은 모두 이쪽으로 모아 기록해두기로 한다.

2022. 1. 2. 처음 Quotes를 만들며. 카페지기 커피사유.
  • 대인판단의 깊이(기피)
    한 사람을 판단하려면 적어도 그가 품은 생각과 그가 겪은 불행과 그가 가진 심상(心想)의 비밀 속에는 들어가봐야 하지 않는가. 그의 삶에 대하여 오로지 물리적인 사건들만 알려고 하는 것은 연대기, 곧 바보들의 역사를 작성하는 짓이 아닌가! 오노레 드 발자크(Honoré de Balzac), 《나귀 가죽(La Peau de chagrin)》. 이철의 역, 문학동네, 2009. p. 154. 며칠 전 졸업논문 작성 상담차… Continue reading
  • Camera Obscura
    #1. 문학은 사유로 자연을 재현하려는 목적을 가진 만큼 뭇 예술 중에서 가장 복잡하다. 감정을 묘사하고, 색채, 일광, 중간색, 뉘앙스 따위를 생생하게 되살리며, 좁은 공간이나 바다, 풍경, 사람, 건물 따위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회화는 이것이 전부이다. 조각은 질료 면에서 이보다 더 제한되어 있다. 조각은 풍부하기 그지없는 자연과 다채로운 형태의 인간 감정을 표현하는 데 돌과 한 가지… Continue reading
  • 탈서사적 서사
    #1. “Make her painting look ____(그녀의 그림을 ____해보이게 만들다).”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영어학원이 제작한 유치부 입학시험, 이른바 ‘7세 고시’의 빈칸 채우기 문항 중 하나다. 보기 4개 중 ‘picturesque(생생한)’를 골라야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문항을 살펴본 17년 차 고등학교 영어 교사 임준걸 씨(44)는 “중고교생도 어려워할 단어”라며 “중3~고1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이 어학원은 이런… Continue reading
  • 너는 자라서 겨우(기어서 도달한 위에서) 내가 되겠지
    언니, 가을이 깊네요. 밖을 보니 은행나무 몇 그루가 바람에 후드득 머리채를 털고 있어요. 세상은 앞으로 더 추워지겠죠? 부푼 꿈을 안고 대학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저는 제가 뭔가 창의적이고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며 살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보시다시피 지금 이게 나에요. 누군가 저한테 그래서 열심히 살았느냐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쩌다,… Continue reading
  • 우상
    합숙소에 들어간 뒤 휴대전화를 압수당했어요. 그러곤 제가 아는 모든 사람에 대한 정보를 털어놔야 했지요. 조금 알건, 적당히 알건, 꽤 잘 알건, 모르면 조사해서라도 파일을 만들어야 했어요. 그 사람 나이, 성별, 거주지는 물론 학력, 콤플렉스, 종교, 건강 상태, 군필 여부, 타지 생활 경험 유무에 이르기까지요. 뭔가 잘못 되어가고 있단 생각이 들었지만 인정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거기… Continue reading
  • 시듦과 씀
    저요? 언니도 알다시피 그해 저는 J대 불문과에 합격했어요. 그게 언니가 아는 제 안부의 전부지요? 그러니 저희 과 사무실로 우편을 보내신 걸 테고요. 언니가 제 전화번호를 물어봤는데 조교가 ‘바뀐 연락처를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는 걸 들었어요. 실은 사정이 생겨 그간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않아왔거든요. 휴대전화를 없앤 지도 꽤 됐고, 소포가 왔으니 찾아가란 메일을 받고 며칠을 고민하다… Continue reading
  • 의도적인 언급 피하기
    다음 날 두 사람은 호텔을 떠났다. 그러곤 메콩 강을 따라 베트남으로 향했다. 물빛 하늘빛이 그윽해 침착하고 평온한 마음이 들었다. 은지는 지난밤 일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대신 간밤에 아이팟이 고장 난 것 같다며, 하노이에 도착하면 애플 서비스 센터부터 찾아봐야겠다고 화제를 돌렸다. 은지는 서윤의 집안 내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서윤이 자기를 집에 초대한 적도, 부모님께… Continue reading
  • 기다리다, 지쳐서 도망치다, 벗어날 수 없는
    서윤은 여행 도중 딱 한 번 경민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 그것도 한밤중에 공중전화로 은지 몰래 건거였다. 수신번호가 낯설어 그랬는지 저쪽에선 금방 전화를 받았다. ‘그러지 말자’ 수없이 다짐했건만, 서윤은 경민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평소 자기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유치한 질문을 했다. “너 나 만나서 불행했니?” 그러곤 곧장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저쪽에서 긴… Continue reading
  • 〈부조리〉 앞에서 도피하는 두 가지 방법들
    서윤의 거절로 말미암아 두 사람의 여행 계획은 산뜻하게 무산됐다. 은지는 들뜬 마음을 접고, 대학원에 갈 목적으로 영어 학원에 등록했다. 학부 때 빌린 학자금 대출도 다 못 갚은 상태에서였다. 하지만 은지는 언제나 그래 온 것처럼 인생을 굴러가게 만드는 건 근심이 아니라 배짱임을 믿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식은 두려움을 깔보는 거라고. 실은 본인도 믿지 않는 주문을… Continue reading
  • 구조대 없는 등산
    “엄마 저게 뭐야?” 온화한 인상의 여자가 풍요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케이블카야. 저 안에 사람들이 있어. 이렇게 줄을 타고 꼭대기로 올라오는 거야.”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저렇게 높이 올라가다 갑자기 멈춰버리면 어떡해?” 여자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누군가 구해주러 올 거야.” 유리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투명한 유리컵을 우하하게 감아 쥔 손을 보며 한…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