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자기 위로

2025-03-30 0 By 커피사유

4월은 혼자 지내기에는 너무도 쓸쓸한 계절이다. 4월에는 주변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듯이 보였다. 다들 코트를 벗어 던지고 밝은 햇살 속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하고 캐치볼을 하고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지만 나는 완전한 외톨이였다. 나오코도 미도리도 나가사와도 모두 내가 선 장소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지금 나에게는 ‘안녕.’ ‘잘 지내니.’라고 말해줄 상대조차 없었다. 특공대마저도 그리웠다. 나는 애절한 고독 속에서 4월을 보냈다. 몇 번이나 미도리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늘 같았다. 지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그녀는 말했고, 그 말투에서 그녀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대체로 안경 낀 여자애와 같이 있었고, 그러지 않을 때는 키 크고 머리가 짧은 남자와 같이 있었다. 엉뚱해 보일 만큼 다리가 긴 남자로, 늘 흰 농구화를 신었다.

4월이 끝나고 5월이 왔지만, 5월은 4월보다 더 혹독했다. 5월에 이르러 봄이 한층 깊어지면서 내 마음이 떨리고 흔들린다는 것을 느꼈다. 떨림은 대체로 저녁 어스름에 찾아왔다. 목련꽃 향기가 살풋 풍기는 옅은 어둠 속에서 내 마음은 영문도 모르게 부풀어 올라 떨리고 흔들리고, 아픔이 궤뚫고 지나갔다. 그때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가 버리기를 기다렸다.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그것을 흘려보내면 둔중한 통증이 남았다.

그럴 때 나는 나오코에게 편지를 썼다. 나오코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나는 멋지고 기분 좋고 아름다운 것만 가려서 썼다. 풀 냄세, 신선한 봄바람, 달빛, 영화, 좋아하는 노래, 감명 받은 책 같은 것에 대해 썼다. 그 편지를 다시 읽어 보고 스스로 위로받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에 사는가를 생각했다. 나는 편지를 몇 통씩 썼다. 나오코에서도 레이코 씨에게서도 답장은 오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 민음사. 2024. pp. 495-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