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
“그런데 와타나베, 괜찮다면 말해 줄래, 그 미도리라는 여자애랑 잤어?”
“섹스했느냐는 거예요? 안 했죠. 이런저런 게 분명해지기 전에는 하지 않기로 정했거든요.”
“이제 모든 게 정리된 거 아니야?”
나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나오코가 죽었으니까 이것저것 모두 제자리를 찾았단 말인가요?”
“그런 말이 아니야. 자긴 나오코가 죽기 전부터 정해 두었잖아. 그 미도리라는 사람과 헤어질 수 없다고. 나오코가 살았든 죽었든 그것과는 관계없지 않을까. 자긴 미도리를 선택하고 나오코는 죽음을 선택했어. 와타나베는 이제 어른이니까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져야 해. 그러지 않으면 모든 것이 엉켜 버릴 거야.”
“그렇지만 잊을 수가 없어요. 난 나오코에게 언제까지고 기다릴 거라고 했어요. 그렇지만 기다리지 못했어요. 결국 마지막 순간에 그녀를 내팽겨치고 말았어요. 이건 누구 탓이라거나 누구 탓도 아니라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나 자신의 문제예요. 아마도 내가 도중에 내팽개치지 않았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테지요. 그렇지만 그것하고는 관계없이 나는 스스로에게 용서할 수 없는 뭔가를 느껴요. 레이코 씨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마음의 움직임이라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나와 나오코의 관계는 그 정도로 단순한 것이 아니었어요. 생각해 보면 우리는 처음부터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결합되었거든요.”
“자기가 나오코의 죽음에 대해 어떤 아픔을 느낀다면, 그 아픔을 남은 인생 동안 계속 느끼도록 해. 그리고 만약 배울 게 있다면 거기서 뭔가를 배우도록 하고. 하지만 그와 별개로 미도리와 둘이서 행복을 찾도록 해. 와타나베의 아픔은 미도리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잖아. 그 사람한테 더 상처를 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말 거야. 그러니 괴롭겠지만 더 강해져. 더 성장해서 어른이 되는 거야. 나는 네게 이 말을 해 주려고 그곳을 나와 일부러 여기까지 왔어. 먼 여정을 관 같은 기차를 타고 말이야.”
“레이코 씨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아요.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럴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있죠, 그 장례식, 너무 쓸쓸했어요. 사람은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레이코 씨는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그렇게 죽어 가는 거야. 나도 자기도.”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 민음사. 2024. pp. 555-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