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여정 #3. 뢰머와 빛, 광속 측정 실험
‘지적여정’ 시리즈는 필자가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떠올린 의문점 등에 대하여 자체적인 자료 조사를 통하여 그 답을 찾고, 기록해두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질문
올레 뢰머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광속을 측정하였는가?
정대수 선생님. 일반물리학 수업 중 떠오른 질문.
대답
덴마크의 천문학자이자, 발명가, 정치가인 올레 뢰머(Olaf Romer)는 1675년 목성의 위성 중 하나인 이오의 식(이오가 목성의 그림자에 의해 가려지는 현상)에 대한 관측 자료를 이용하여 빛의 속력을 현대의 측정값과 비슷하게 측정했다.
뢰머는 지구가 공전 궤도 상에서 가까이 있을 때(충 부근)가 지구가 공전 궤도 상에서 멀리 있을 때(합 부근)보다 약 22분 빨리 나타난다는 것을 관측했다. 지구에서 보았을 때, 이오의 식과 관련한 2가지 사건이 있는데, 첫째는 이오가 관찰자에게 보이다가 보이지 않을 때, 즉 이오가 목성의 그림자 안으로 들어가는 사건(immersion)이며, 둘째는 이오가 관찰자에게 보이지 않다가 보일 때, 즉 이오가 목성의 그림자에서 나오는 사건(emergence)이 바로 그것들이다.
뢰머는 합과 충 부근에서 일어나는 이오의 식 현상을 관찰하였을 때, 이 이오의 식 현상이 관찰되는 시간격이 실제 이오의 목성에 대한 공전주기에 의한 이론적 계산값보다 약 22분 정도 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빛이 유한한 속력으로 이동한다고 결론내렸고, 합과 충 부근의 지구-행성의 배치 관계를 고려하여 빛이 지구 궤도의 평균 지름을 가로지르는데 약 22분이 걸렸다고 추론했다(실제로는 약 16분 36초). 뢰머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관측 결과를 이용하여, 빛의 속력을 약 212,000 km/s로 추산하였다.
뢰머의 측정값은 오늘날의 측정값인 2.997925×108 m/s 와 비교하였을 때 오차가 26% 정도로 상당하나, 그가 살던 당시, 즉 뉴턴이 죽은 이후 케번디시에 의한 비틀림저울 실험이 있기 전에는 지구의 정확한 질량을 계산하지 못한 상태였으므로, 각 행성들의 공전궤도거리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즉, 태양에서 지구나 목성까지의 거리가 정확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뢰머의 오차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서 탄생한 것임을 고려해야 한다.
뢰머는 빛의 속력이 무한하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공하였으며, 최초의 근대적인 방법으로서의 빛의 속력을 측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구체적인 방법 – CLEA Jupiter Moons & Speed of Light
뢰머의 광속 측정 방법을 직접 해보고 싶어 관련 방법을 찾던 중, Gettysburg 대학교 물리학부에서 제공하는 Jupiter Moons & Speed of Light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모의적으로 광속 측정 실험을 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실험을 해 보았다.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2021-01-29에 일어나는 합의 위치(지구-목성의 거리가 최대이므로, 지구-이오의 거리가 최대일 것으로 추산할 수 있음)와 2021-08-20에 일어나는 충의 위치(지구-목성의 거리가 최소이므로, 지구-이오의 거리가 최소일 것으로 추산할 수 있음)에 관한 정보를 이용한 결과, 시뮬레이터에서 합의 위치에서는 2021-01-29 19:27:17(한국표준시, KTC)에서 일어났고, 충의 위치에서는 2021-08-21 08:03:36(한국표준시, KTC)에서 일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오의 공전 주기는 대략 1.7691일이다. 이를 이용하여 충의 위치에서의 이오의 식 현상이 관찰되어야 할 시각을 예측하면, 프로그램을 돌렸을 때 2021-01-29에 일어나는 식 현상 이후로부터 2021-08-20에 일어나는 식 현상까지는 총 115번의 식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식 현상의 횟수가 기간 돋안 115번으로 관찰되므로 사실 2021-08-20에 관측되는 식 현상이 일어난 정확한 시각은 2021-01-29에 일어난 식 현상 이후로, 약 $1.7691 \times 115 = 203.534015 $일이 지난 뒤라고 추론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계산한 충 부근에서 일어나는 예측된 이오 식 현상의 관측 시각은 줄리안력으로 2459447.469628 JD이고, 관측된 충 부근의 이오 식 현상의 관측 시각은 줄리안력으로 2459447.460833 JD이다.
이 때 목성이 합의 위치에 있을 때와 충의 위치에 있을 때, 지구-목성 사이 거리차를 계산하면 대략적으로 $\Delta d = 306,845,700 km$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관측된 이오 식 현상의 관측 시각과 이오의 공전 주기로부터 계산된 식 현상의 실제 발생 시각 사이의 시간격은 $\Delta t = 759.888 s$이다. 이로부터, 광속은 $c = {{\Delta d} \over {\Delta t}} = 405,119.8 km/s$로 구해진다.
위 값은 뢰머가 구한 값과도 좀 다르고, 현재 측정된 값과 오차가 꽤 크다. 당시 뢰머의 관측이 매우 정밀하였고, 당시 알려져 있던 목성의 궤도도 어느 정도 정확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결론
1. 뢰머는 정확히 어떻게 빛의 속력을 측정하였는가?
그는 당시에 티코 브라헤 등의 관측 자료를 이용해 추산한 목성의 공전 궤도 반경과, 목성의 위성이었던 이오의 공전 주기를 이용해 목성이 충과 합 근처 위치에 있을 때 예측한 식의 시각과 실제 관측 시각 사이의 시간차가 빛이 그 사이의 거리를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일 것으로 추산하여, 이 시간차와 목성이 충과 합 위치에 있을 때의 거리 차이를 이용해서 빛의 속력을 계산하였다.
참고 자료
- 숭실대학교 물리학과(Department of Physics) 강의자료, ‘Speed of Light’ – https://physics.ssu.ac.kr/c/document_library/get_file?uuid=89837841-86db-468d-8088-1017022b1ba5&groupId=96750, 2020-07-03 확인.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뢰머의 빛의 속력 측정’ – https://ko.wikipedia.org/wiki/%EB%A2%B0%EB%A8%B8%EC%9D%98_%EB%B9%9B%EC%9D%98_%EC%86%8D%EB%A0%A5_%EC%B8%A1%EC%A0%95, 2020-07-03 확인.
- 네이버 블로그 ‘밤은 천 개의 눈물(벨라루스)’, ‘제196장 뢰머의 광속도 측정’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jinka&logNo=220155908967&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2020-07-03 확인.
- Dept. of Physics, Gettysburg College, Project CLEA: Jupiter’s Moons and The Speed of Light – http://www3.gettysburg.edu/~marschal/clea/roemerlab.html, 2020-07-03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