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틀과 반동
문득 때 이른 저녁 산책 중에 스쳐 지나간 생각이 나에게 속삭인 것.
“세상에는 형틀과 반동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만이 존재하는 것인가, 그 사이의 선택지는 과연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내가 느끼기에 세상이라는 큰 규모의 타(他)와 아(我) 사이에서 성립할 수 있는 관계 중에는 완벽히 대등한 관계는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항상, 그 어느 쪽이 우위를 범하는데, 그 우위가 점차 상대를 잠식하여 공생의 일말의 가능성까지도 말살해버린다는 것이 나의 경험에 근거한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즉, 세상과 나 스스로의 어떤 가치가 대립되는 경우 – 우리는 보통 대립되는 두 가치 중 하나만을 선택할 것을 내적 및 외적으로도 모두 강요받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 스스로를 포기하여 세상에 구속된 죄수가 될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포기하고 나를 끝까지 주장하는 반동으로서 남은 시간을 갈무리할지는 개인에 달린 것이기는 하지만 다소 불편하고 이상한 선택의 제공이라 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