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의 불확정성
때론 생각치도 않은 순간에, 미처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누군가의 부고(訃告)가 전해진다. 그러한 부고를 누군가로부터 받을 적, 혹은 전해들을 적이면 나는 때론 삶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에 내포되어 있는 불확정성으로 인하여 오히려 그 의미를 더욱 확고히 다진다는 망상을 한다.
언제 떠나게 될 지 모르는 곳으로 여행을 떠난 한 여행자는 아마도 처음 자신이 언제 떠날지조차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막연한 불안에 떨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나는 확신하건대 어느 정도 자신이 떠날 날짜도 모른다는 사실에 익숙해진다면 그는 여행의 하루하루를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일이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생각은 가끔 한 개인을 불안하게 할 수 있지만, 그 막연한 생각으로 – 혹은 달리 표현하자면 그런 추상적 사유로 인하여 우리는 변화의 원동력과 또한 현재에 대한 의미를 획득하지 않을까.
생(生)이라는 것의 불확정성은, 그리고 그 때문에 생각치도 않은 시공간의 어느 한 점에서 전해지는 누군가가 다시 돌아갔다는 소식은, 이렇게 짧은 순간 동안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