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질문

2021-10-13 0 By 커피사유

얼마 전인가 나는 서울대학교 ‘서양철학의 이해’라는 강의의 제2강인 ‘서양철학의 시작: Mythos적 사유에서 Logos적 사유로’라는 강의를 들은 바가 있었다. 그 날 나는 강의가 모두 끝났을 때, 나는 나의 머릿속에 단 하나의 질문이 아주 크게 자리를 잡고 남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질문은 바로 다음과 같은 형태로 쓸 수 있는 속성의 것이었다.

“최초의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그날 내가 ‘서양철학의 이해’라는 과목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의 가장 큰 핵심은, 다름아닌 인류는 수많은 질문들을 던져왔으며 그러한 질문들에 답하는 과정에서 철학이 태동하였고 모든 학문들이 태동하였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질문들은 기록되어 있는 모든 역사, 즉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에 의하여 제기되어 왔다는 점을 나는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감에 따라 만나게 되는, 즉 ‘기회의 평등’을 주장한 ‘정의론’의 저자 존 롤스에서부터, 근대 형법의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받는 체사레 베카리아와 정신과 사유에 대하여 고찰하기 위한 회의적 방법서설을 기술한 르네 데카르트,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원자론을 주장한 데모크리토스와 만물의 근원과 변화무쌍한 세계 속, 질서정연한 어떤 것을 찾으려고 했던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사상가들 그 모두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은 부정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아마도, 대자연의 압도적인 힘에 사실상 손수무책이었던 과거의 인류는 어느 날 공포의 대상이었던 대자연을 관찰하여 그 변화무쌍함 속에서도 무언가 일정한 것을 찾으려고 노력했기에, 이러한 사람들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 하고 나는 문득 생각해보았다. 결국 인간이 자연이나 자신의 주변에 대하여 이해하려고 하는 것도,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서 일어나는 어떤 것을 알고 싶다는, 미지의 영역을 그렇지 않은 영역으로 환원하려는 시도가 아니겠는가, 하는 그런 생각 속에서 나는 한참 동안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 대한 관찰은 아무래도 그 예전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적용된다는 결론에 나는 이윽고 도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에 지금도 나 자신이라는 사람은 스스로의 주변을 둘러싼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이해하려고 각종 지식을 갈구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하면서 나는 결국은 모든 학문이란 어쩌면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원초적 욕구의 연장선 상에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최종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오늘날의 나 자신에 대한 이러한 고찰에 힘 입어, 비록 일반화의 오류의 가능성이 다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아마도 생각해보건대 최초의 질문이란 사유자(思惟者)의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을까 – 하고 생각했다. 애초에 사고를 가진 개체는 자기-지시, 즉 스스로가 스스로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그 정의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아니었던가, 하면서 말이다.

최초의 질문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나는 처음 물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질문을 던진 계기와는 정 반대로 상황이 흘러가는 듯 하다. 더 이상 최초의 질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나는 했다. 오히려, 가장 지금 중요한 것이란 그 최초의 질문에 대한 물음이 나에게 어떠한 결론을 가져다주었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알고 있다. 바로 그 결론이란 학문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본질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