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서울대학교
이 글은 필자가 2020년 12월 11일에 치른 서울대학교(Seoul University) 면접 후기의 성격으로 작성한 글임을 서두에 밝힙니다.
필자 주
2020-12-11. 木. 서울대학교 우암교수회관 1508호 內.
다시 돌아왔다.
1년, 하고도 아마 8개월 쯤 되었을 것이다. 작년 4월인가 5월 즈음에, 아무것도 모르던 나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에, 지금은 걸어서 약 5분도 안되는 거리에 있는 서울대학교에 방문했던 것은 말이다. 그 당시는 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우수대학탐방프로그램인가-뭔가 때문에 다같이 버스를 타고 4시간 상경하는 지루한 일정 끝에서야 도착한 곳이었기에, 피곤했지만 그래도 넓은 서울대학교 캠퍼스는 분명히 매력적이었다는 기억만이 어렴풋하다.
아침 7시 20분부터 8시 사이에 24동으로 입실해라고 안내가 있었기에, 나는 바로 옆인 우암교수회관이었지만 5시 50분에 일어나야만 했다. 조금 피곤했지만 전복죽 한 그릇을 퍼뜩 먹어치운 후, 내가 겨울에 즐겨 입는 회색 코트를 걸치고, 늘 빠지지 않는 목도리를 매고서, 액상의 청심환을 들이킨채 한약 냄새를 입에서 풍기면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생각보다 먼 거리는 아니었지만, 꽤나 차가 밀렸다. 후문을 조금 지나자마자 공대로 향하는 차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1분이면 당도할 거리를 5분 넘게 걸려서 지나갔다. 내려서 걸어가는 것이 빠를 듯 하다는 심정이 압도적이었지만, 날씨가 너무 추운 것이 함정이었다. 다행히 그리 급할 것은 없어서, 7시 35분 즈음에 도착하여 지도교사 선생님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바로 24동 건물로 입실했다.
내가 지원한 서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도 그렇게 심각한 절차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다소 방역 절차 등으로 인하여(관악구에서만 전날 16명의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으니) 입장에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변동이 없었다. 방역 당국의 지침으로 인해, 각 단과대학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던 사전 문진표를 사전 출력, 작성하여 들어가는 입구에서 제출해야 한다는 것, 복도 감독 분들이 거의 대부분 방호복을 착용하고 있었다는 것, 입구에서 신분 확인과 함께 발열 체크까지 한다는 것, 대기실 감독 분들은 열이 나면 바로 이야기해달라고 신신 당부하는 것,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렇게 특이한 것은 없었던 것이었다.
지구시스템과학부는 3가지 과목, 즉 물리학, 화학, 지구과학 모두에 대하여 면접을 허용하고 있었는데, 지구과학의 지원자가 좀 많았는지(나를 포함하여 30명 내외였으니까) 지구과학 / 물리학 및 화학으로 2개 대기실로 수험생들을 분리시킨 듯 했다. 대기실에 들어가니, 수험번호가 칠판에 적혀 있었다. 해당 자리를 찾아 앉으니 책상 우측 상부 귀퉁이에 내 정보와 면접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응? 면접 번호. 사전에 서울대학교 면접을 친 선배 복기를 읽어봐서 그렇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서울대학교는 수험번호와는 별도의 면접번호를 면접에서 부여한다. 블라인드 어쩌고저쩌고 하는 면접 덕일 터인데, 그 연장선으로 왼쪽 가슴에 붙여야 하는 면접번호 스티커가 있었다. 외투를 벗을 거면 안쪽 옷 가슴에 붙이라고 하길래, 외투를 벗을 생각이어서(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태였지만 대기실의 창문은 절대 열지 않았다. 난방이 빵빵했다. 다만 문은 열어놓고 있기는 했다) 안쪽 옷 왼쪽 가슴에 붙였다.
전자기기 제출용 지퍼백이 눈 앞에 있었다. 소지하고 있는 아날로그 시계가 아닌(즉, 시각 표시 이외의 기능이 있는 시계를 포함하여) 모든 전자기기를 전원을 종료하여, 감독관에게 전원 종료를 확인 받은 후에, 지퍼백에 넣고 수험자 본인의 가방에 넣어 보관하라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감독관의 뻔한 안내가 이어졌다. 거의 대부분은 수험자 유의사항에 적힌 내용을 한 번 더 읽어주는 것에 불과했지만, 면접을 치러 온 이상 실수 하나는 치명적일 수 있기에 복습하는 느낌으로 새겨 들었던 것 같다. 다만 작년에 대비하여 변경된 것 하나는, 개인 필기구로 문제를 풀라는 것이었다. (전년도 공대 선배의 후기에 의하면, 모나미 흑색 볼펜으로 필기구가 문제 푸는 공간에 준비되어 있었다고 했는데 말이다) 아마 코로나-19 때문에 공용화를 피하려는 것이겠지 –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 차례라고 했다. 10분 ~ 15분 간격으로 이동하는 듯, 문득 시계를 보니 그러려니 싶었다. 그러고보니 앞 친구가 나간지 좀 시간이 지났었다. 면접번호 순서대로, 절반 끊어서 처음 번호와 중간 번호부터 시작해서 2명씩 다음으로 나가는 체계이다 보니, 3번째 이동 순서가 당첨되었던 것이었다. (덕분에 비교적 지루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것이 하나 더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별 구상실을 주는 줄 알았는데, 면접실 바로 앞 복도에 라디에이터 딸랑 하나 놓고, 추워 죽겠는데 어쨌든 저기 5개 책상 쭉 늘어놓은거 3번째 책상에 앉아서 문제 풀라고 했다. 3분 전에 문제지를 복도 감독관 분이 주셨는데, 정확히 45분을 재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수가 좋았다. 문제가 평년에 비하여 너무 쉬워졌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다. 구상 종료 이후 15분 동안,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투명 가림막 뒤에서 앉아 평가지, 문제지, 내 서류와 노트북을 번갈아보고, ‘다음 문제 답을 말해보세요.’ , ‘다음’, 을 연발하시는 교수님들 앞에서 조금 더듬거렸지만 어쨌든 크게 문제될 것 없이 답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시간이 좀 남아서 추가 질문도 좀 많이 들어갔다!
푸근한 인상의 교수님 2분이 전혀 푸근하지 않은 어투로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분명히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모순적인 이러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서 답해야 했던 질문은 결과적으로는 내 서류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질문은 예상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다행이었다. 지원자가 읽은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이야기해달라, 동아리 활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무엇이었나였는데, 종료 3분 전에 바깥의 복도 감독관이 노크 1번을 한데 이어 종료 1분 전에 노크 2번으로 알려주었기에, 면접이 종료되어 인사 후 별도의 절차 없이 문제지와 구상지를 제출하고 안내된 동선을 따라 퇴실하게 되었다.
올해 입시는 그 KAIST마저 문제가 쉬웠다는 진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코로나-19가 한 편으로는 수만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비극에 이르게 하는 재앙이었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다가오는 겨울인 듯 싶다.
이제 나에게 남은 일은 26日까지, 희망을 꿈꾸는 것이다. 그들이 늦은 크리스마스 선물로 값지고 아름다운 결실을 준비해주기를 바랄 뿐인 것이다.
참고: 서울대학교 입시 정책으로 인하여, 문제나 그 외, 문제와 관련된 추가 질문의 사항은 공개하지 않습니다. 별도로 필자에게 문의하셔도 알려드릴 수 없음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