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의 이분법
텔레비전을 킨다. 드라마가 흘러나온다. 배우는 늘 그렇듯 또 뺨을 맞는다. 채널을 돌린다. 뉴스가 흘러나온다.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을 끈다.
새로울 것이 없다. 마치 한 편의 식상한 드라마를 보는 듯 하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던 갈등은 오늘도 그 양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흔한 아침 드라마가 그 자신의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하듯, 현실 또한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다.
같은 전개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필히 그러한 전개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 때문이리라. 오래 전부터 일일 연속극을 기획해온 이들은 이미 어떻게 하면 대중들을 자신들의 연속극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다. 선한 자는 누구이며 악한 자는 누구인가 하는 그 지루한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란 곧 대중들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함은 오래 전에 죽었다. 대중을 현혹시킬 수 있는 것은 되풀이되는 염불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텔레비전을 통해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이것을 단 한 순간도 놓친 적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매일 같은 전개로 이루어진 극을 대중에게 텔레비전으로 선사하는 것이다. 극 중 인물들은 자신은 선이며 대립하는 이들이야말로 악이라고 주장한다. 대중들은 그러한 선과 악의 이분법적인 대립법에 열광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둘로 갈라진다. 어느 쪽이 선이냐, 어느 쪽이 악이냐 하는 그런 문제를 두고서.
텔레비전을 킨다. 뉴스가 흘러나온다. 정치인들은 늘 그렇듯 또 나는 결백하오, 이것은 저쪽의 거짓말이라 소리친다. 채널을 돌린다. 드라마가 흘러나온다. 텔레비전을 끈다.
나는 한숨을 쉰다. 텔레비전의 이분법은 현실을 제대로 비춘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실은 여러 측면을 가지고 있는 법이여서, 여러 각도에서 비추어보지 않으면 그 진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들은 여전히 텔레비전의 이분법에 열광한다. 텔레비전 속에 나타나는 이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늘 같은 일들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