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自淨)
솔직하게 고하도록 하자.
지난 며칠 동안 학업에 그다지 집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말로는 집중을 논하면서 정작 행실은 그러지 아니하는 이러한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는 한편으로는 기숙사에서 매일같이 누워 뒹굴거리는 시체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는 그러한 다짐이 무색하게도 나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스스로가 정갈하지 못하면서 다른 것들이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과연 떠들 수 있을까? 불결한 것을 멀리하는 나 자신임을 선언할 수 있으려면 마땅히 나 자신의 안으로부터 불결한 것들부터 먼저 추방해야 하는 법인데, 스스로의 허물도 제대로 벗지 아니하고서 남의 허물이나 탓하고 있으니, 나 자신이 한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솔직하게 고하고 경계하도록 하자. 대학(大學)이라는 그 두 글자 아래에서 나는 무엇을 하려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상기하도록 하자. 공간에 놓여 있기에 마땅히 따라야 할 사명이 다시 한 번 나 자신의 전신(全身)을 휘감아, 스스로가 거대한 무지(無知)의 전율에 다시 한 번 떨지 않을 수 없도록 하자. 타인의 허물을 탓하려 하지 말고, 오히려 그 허물을, 시체가 썩는 듯한 그 고약한 냄새를 나 자신을 비추는 거울로 삼아서 자정(自訂)하는데 정진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