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기를 바랬지만 결국

2024-11-07 0 By 커피사유

정권은 끝났다.

오전 10시 윤 대통령의 대국민연설 및 기자회견에서 결국 작금의 김 여사와 관련된 논란에서 구체적인 사과 · 해결책 · 전면쇄신은 결국 사실상 거부되었다.

그는 특검법은 정치선동이며, 반헌법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야당에서 제시한 법률이 일방적이고, 또한 ‘독소조항’도 있으며 정치공세적 성격이 다분하다는 점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말은 논리적으로 일부분이 타당할 수는 있더라도, 최소한 현재의 상황에서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그는 영부인의 조언은 국정농단이 아니며 자연스러운 내조라고 말했다. 여론을 감안하여 제2부속실을 설치하고 공개 활동을 자제하는 것을 약속했기는 했으나, 지금까지도 자연스러운 내조를 해 왔다고 진술한 맥락을 보아 여사에 대한 전면적인 공적 감시를 도입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그는 명태균 씨와의 논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외압이 아닌 의견이라고 말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사실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짐작할 것은 다 짐작했기에) 불행히도 사실 관계의 정리보다는 대통령의 진솔한 사과, 자성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히려 안 하느니 못한 말이 되어버렸다.

그는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까지 ‘국민만 보고 바라왔던 만큼’ 앞으로도 계속 국민만 보고 임기 말까지 가겠다고 공언함으로써 후퇴하지 않고 전진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와 그의 주변, 정부에 대한 각종 실정을 비판하는 의견이 주류인 여론을 고려할 때,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휴대전화를 통해 수많은 국민들의 이야기를 ‘필터링되지 않은 상태’로 듣고, 이를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겉으로 보이는 태도와 말이 달라 그닥 신뢰할 수 없는 발언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싶다.

한겨레,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등 주요 일간지들은 일제히 사설을 통해 이번 기자회견이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이며 확실한 사과와 인정, 재발 방지 대책, 전면적 국정 쇄신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오늘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에서 확실한 사과와 인정, 재발 방지 대책, 전면적 국정 쇄신은 기대 이하였음은 물론 오히려 그렇게 아니기를 바랬던 그만의 태도를 다시 한 번 되풀이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

오늘 저녁 내지는 내일 새벽에 나올 신문 사설은 그 내용을 보지 않아도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주주의 체제의 안정성을 보수적으로 옹호하는 나로서는 엄격한 법치주의 위반이 발생했을 때만 탄핵이 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이므로 야당에서 주장하는 탄핵안 상정을 개인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그들이 득세할 것이 분명하게 예상된다. 헌정사의 불행한 비극이, 그것도 미국 대선 결과와 두 개의 전쟁으로 혼란한 이 시기에 다시 한 번 반복되지는 않을까, 그것도 정치적으로 양분된 우리 사회에 더 큰 갈등과 파란을 초래하는 것은 아닐까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 한 가지는, 이 정권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