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대 없는 등산
“엄마 저게 뭐야?”
온화한 인상의 여자가 풍요로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케이블카야. 저 안에 사람들이 있어. 이렇게 줄을 타고 꼭대기로 올라오는 거야.”
아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저렇게 높이 올라가다 갑자기 멈춰버리면 어떡해?”
여자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누군가 구해주러 올 거야.”
유리잔을 들어 물을 마셨다. 투명한 유리컵을 우하하게 감아 쥔 손을 보며 한 번 더 흡족해했다. 친구는 종종거리며 끊임없이 뭔가를 나르고, 닦고,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이따금 나와 눈이 마주치면 어색한 눈웃음을 지었다. 나는 한 손으로 종아리를 주물렀다. 마음 같아선 발바닥도 마구 마사지하고 싶었지만 체면상 그럴 수 없었다.
택시를 타고 남산 초입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탔다. 개인 차량은 남산에 들어갈 수 없다는 걸 기사 아저씨를 통해 뒤늦게 알았다. 봉화대 근처에서 내려 한참 계단을 올랐다. 여기가 끝인가 싶은 곳마다 층계가 한없이 이어졌다. 도중에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땅에 빗물이 고여 캐리어 바퀴 사이로 구정물이 튀었다. 백에, 캐리어에, 부케까지 들고오는 길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온몸에 땀이 흐르고 블라우스 전체가 축축하게 젖었다. 발에는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다. 나중에는 여행 가방이고 부케고 어디 갖다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는 내내 옆구리에서 클러치백이 흘러내렸다. 가다가 멈추고 다시 걷다가 멈추어 백을 옆구리에 바싹 끼워 올렸다. 그러곤 나중엔 부케를 캐리어 안에 집어넜었다. 가방 속 벨트에 부케를 단단히 고정시키고 지퍼를 닫으면 괜찮을 것 같았다. 막연히 친구 얼굴이나 보자고 온 건데 완전 고난의 행군이었다. 더욱이 N서울타워에서는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나는 피로에 전 얼굴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N서울타워 꼭대기 층까지 올라왔다. 이곳 밥값과 찻값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지만 그땐 이미 가격이고 뭐고 상관없이 어디든 널브러져 목을 축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김애란, 〈큐티클〉. 《비행운》, 문학과지성사, 2012. pp. 236-238.
추신: ‘온화한 인상의 여자’는 아들에게 거짓말을 했다. 높게 올라가다 케이블카가 멈춰 버려도, 구해주러 오는 이는 없다. 올라가는 것은 언제나 개인의 몫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