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가끔씩 한 사람이 오기로 불타오를 때가 있다.
일종의 복수심에서 출발한다고도 할 수 있을 맹렬한 불꽃이 한 번 피어오르면 그 다음은 겉잡을 수 없다. 이해받을 수 있으리라는 마지막 희망마저 좌절되는 경우, 그동안 품고 있었던 인정과 존경은 휴지통의 구석으로 쳐박힌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이제 지옥에서 꺼내온 좌절감을 연료로 하여 불타오르는 저주와 맹렬한 공격성, 그리고 그것을 표면적으로는 덮기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한 차갑고 사무적인 가면일 뿐이다.
배수진, 한 걸음만 뒤로 가면 무저갱으로 떨어지는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이해받기를 원하던 욕망을 깔끔하게 잘라낸 그에게 나는 응징을 다짐한다. 얼굴로는 선의 그리고 고분고분함을 연기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숨통을 끊어놓을 단 하나의 칼날을 갈아놓겠다고 말이다. 최후의 순간 웃을 수 있는 자는 스스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조금씩 새어나오던 실소가 이내 광기 어린 웃음으로 바뀌면서, 그리고 그 웃음이 일순간 뚝 그치고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신나게 걸어가는 모습. 이 장면에 어울리는 딱 하나의 배경 음악이 있다면 그것은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중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 속에 끓어오르고(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