Απάτη
누구든 남이 비난을 퍼붓거나 화를 낼 때 기분이 좋을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저는 화를 내는 인간의 얼굴에서 사자보다도, 악어보다도, 용보다도 더 끔직한 동물의 본성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평상시에는 본성을 숨기고 있다가 어떤 순간에, 예컨대 소가 풀밭에서 느긋하게 자고 있다가 갑자기 꼬리로 배에 앉은 쇠등에를 탁 쳐서 죽이듯이 갑자기 무시무시한 정체를 노여움이라는 형태로 드러내는 모습을 보면 저는 언제나 머리털이 곤두서는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런 본성 또한 인간이 되는 데 필요한 자격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저 자신에 대한 절망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김춘미 역, 민음사, 2022. p. 21.
오래된 문제 의식. 기만과 그 기만 앞에서의 현기증은 대략 일백 년 전의 문인에게도 공통된 감각이었던 것 같다. 이 주제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반복되어 온 주제라는 점은 논의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것 같지만, 상기 문장의 화자처럼 “그런 본성 또한 인간이 되는 데 필요한 자격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저 자신에 대한 절망감에 휩싸이곤 했습니다”고 진술하는 것 또한 나 자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실제로 학창 시절과 대학에서 내가 느낀 것이란 요조의 입을 빌려 오사무가 이야기하듯 배제감 혹은 별종에게 쏟아지는 눈초리였으니까. 결국 대학 초입에서 내가 썼던 바는 졸업까지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상당히 유감스럽게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