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커피사유

낮에는 학구열과 호기심이 넘치는 학자, 밤에는 실리적인 프로그래머, 새벽에는 새벽만의 또렷한 시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블로거. 별난 사람, 커피사유입니다.

죽은 학생의 사회

By 커피사유 2019-08-13 0

최근 나 자신은 나의 학교인 경남과학고등학교와 한국지구과학올림피아드의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내가 만난 학생들은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학생들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적지 않게 실망하고, 또 그들을 보면서 무척이나 괴로워했으며,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사실에 대하여 또 한 번 괴로워했고, 이 문제를 그대로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거대하고 결코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부끄럽고, 또 부끄러웠다. […]

쓸모없는 이야기, 진은영

By 커피사유 2019-08-13 0

종이펜질문들쓸모없는 거룩함쓸모없는 부끄러움푸른 앵두바람이 부는데그림액자 속의 큰 배 흰 돛너에 대한 감정빈집 유리창을 데우는 햇빛자비로운 기계아무도 오지 않는 무덤가에미칠 듯 향기로운 장미덩굴 가시들아무도 펼치지 않는양피지 책여공들의 파업 기사밤과 낮서로 다른 두 밤네가 깊이 잠든 사이의 입맞춤푸른 앵두자본론죽은 향나무숲에 내리는 비너의 두 귀“쓸모없는 이야기”, 진은영 왜 화자는 종이와 펜을 두고 질문들을 던지며, 쓸모없는 거룩함과 쓸모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는가. […]

동화(冬花), 박래전

By 커피사유 2019-08-13 0

당신들이 제게 돌아오지 않을 것을아는 까닭에저는 당신들의 코끝이나 간질이는가을꽃일 수 없습니다.제게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아는 까닭에저는 풍성한 가을에도 뜨거운 여름에도따사로운 봄에도 필 수 없습니다그러나 떠나지 못하는 건그래도 꽃을 피워야 하는 건내 발의 사슬 때문이지요.겨울꽃이 되어버린 지금피기도 전에 시들지도 모릅니다그러나 진정한 향기를 위해내 이름은 동화(冬花)라 합니다. […]

참회록, 윤동주

By 커피사유 2019-08-13 0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

자본주의와 예술의 관계와 관한 짧은 질문

By 커피사유 2019-08-06 0

오늘은 일본 고등학교에서 나의 고등학교와 학술교류를 위해 방문한 날이었다. 10시 10분 즈음에 시작한 축하공연을 보다가, 문득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각나는 바람에 급도로 우울해졌다.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로 가득한 세상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예술이 자본주의의 병폐와 결합하여 우리를 속이고 있는 것일까? 예술은 그 자체로 본질적이고 독립적임을 추구하던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이러한 예술이 자본상업주의 사회에서 그 예술에 값어치가 부여되고, 그 예술이 시장에서 거래됨으로 인하여, 예술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과고일기 #10. 2019. 7. 21.

By 커피사유 2019-07-21 0

과고일기(過顧日記)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과학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 작성한 몇 편의 일기를 옮겨, 과학고등학교 재학 당시의 느낌과 생각들을 되돌아보고 기록해두는 공간입니다. KESO를 치고 귀교했다. 예상 외로, KESO 1차 선발 고사 문제가 Hightop에서 다수 나올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통신과제 및 강의 내용을 위주로 구성되었기에, 꽤나 당황했었다. […]

과고일기 #9. 2019. 7. 15.

By 커피사유 2019-07-15 0

과고일기(過顧日記)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과학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 작성한 몇 편의 일기를 옮겨, 과학고등학교 재학 당시의 느낌과 생각들을 되돌아보고 기록해두는 공간입니다. 다시 돌아서 월요일. KESO 준비로 여전히 바쁜 나날이다. 야간 1차시에는 KESO 세미나를 했다. 해수, 해양 파트를 비교적 쉽게 끝내고 다른 아이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내용, 내가 공부하고 고민했던 내용을 함께 나누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다. […]

과고일기 #8. 2019. 7. 14.

By 커피사유 2019-07-14 0

과고일기(過顧日記)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과학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 작성한 몇 편의 일기를 옮겨, 과학고등학교 재학 당시의 느낌과 생각들을 되돌아보고 기록해두는 공간입니다. 수과페 이틀차였다. 오전에 학교 후배 놈 중 나 자신이 스스로 가장 뛰어난 친구라고 평가하는 “H”, 우리 H가 왔다. 역시나, H는 늘 그래왔듯이, 그가 좋아하는 – 아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사랑하는 – 별에 미쳐 살고 있었고, 과고로 오는 목표가 꽤나 뚜렷하게 보였다. […]

과고일기 #7. 2019. 7. 13.

By 커피사유 2019-07-13 0

과고일기(過顧日記)는 카페지기 커피사유가 과학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에 작성한 몇 편의 일기를 옮겨, 과학고등학교 재학 당시의 느낌과 생각들을 되돌아보고 기록해두는 공간입니다. 수과페였다. 하루 종일 보람찼지만 – 한편으로는 보다 처참하고 더없이 지치는 중노동에 시달렸다. 아침에 지영 클리닉을 정리하고는 10시부터 오전 1파트 아이들을 만났다. 천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스스로 클리닉에 참여한 아이도 있었고, 별이라는 – 다소 대중들에게 있어는 신비롭고 아득하기만 한 이 마법의 단어 – 에 혹하여 들어온 아이들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