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Essays

카페지기 커피사유의 ‘에세이’들을 모은 공간입니다.

만인만색 #2. 철학: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보기

By 커피사유 2026-02-24 0

카뮈가 시사하듯 우리의 존재 조건은 ‘바위를 계속해서 밀어올리는 것’에 있다. 인간은 자신의 모든 순간을 다하여 말하고, 채색하며, 의미를 변형하고 부과하는 존재다. 우리는 현상의 원인을 단일하게라도, 모든 존재자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계속 지목해본다. 우리가 ‘바위를 밀어올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어도 ‘바위를 밀어올리지 않는’ 인간은 존재할 수 없다.

만인만색 #1. 일기와 유언의 실존적 동등성

By 커피사유 2026-02-19 0

허무한 인식의 상태, 세계와 나 자신의 화해가 영원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의식의 상태가 취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관점이 있다. 한때 매끈하고 아름다웠던 구조물이 지금 여기에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여기에 나는 무엇이든지 세워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 스스로의 가슴이 뛰는 순간이란 이 생각이 의욕이 되는 바로 그 순간이다.

사유 #54. 부조리한 글쓰기

By 커피사유 2025-07-11 0

바위는 또다시 굴러 떨어진다. 산정에서 시지프는 다시 한 번 그 장면을 응시한다. 당초의 위치로 모든 것이 되돌아가는 이 영원회귀. 세계는 변한 것 없으면서도 모두 변한다. 운명을 직시하는 인간은 글쓰기 일체를 통해 이 위대한 인간의 몸부림을 그려내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한다. 삶에 대한 설명을 바라는 인간, 그는 그 몸짓을 글에 대해서도 유감없이 모조리 발휘한다.

동상이몽 #14. 상록수

By 커피사유 2025-04-04 0

나는 국회의장의 문장들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행간에 숨은 수많은 역사를, 오늘의 민주공화국의 기반을 위해 흘렀던 수많은 피들을 생각해본다. 수없이 반복되어온 저 질문, “국가란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를 생각해본다. 늦지 않게 나는 그의 말이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음을, 여전히 문장들은 이어지고 있음을 떠올려낸다.

사유 #53. 하얀 문

By 커피사유 2025-02-28 0

자신의 심연으로 뛰어든 사람이 마주하게 되는 문이 하나 있다. 인간 정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운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이 문 앞에 선 모든 사람들은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무엇을 하든 그 자리에 장엄하게 서 있는 저 잔인한 문에게 나는 〈하얀 문〉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문을 들여다보며 나는 다시금 묻는다. “문을 열 것인가, 열지 않을 것인가?”

부활 #8. 격동기 속에서

By 커피사유 2025-01-27 0

결국 덕수궁 속에서 발견된 것이란 모두 격동기였던 것이다. 고종의 격동기, 그리고 나의 격동기. 인간은 한 치 앞도 내려다보기 힘든 눈보라 속에서 나아가는 존재. 그 눈보라에 때로는 쓰러지기도 하고 하지만 다시 일어나기도 하면서, 비틀거리지만 천천히 걸어나가는 존재. 삶이 그런 것이다. 인간이 그런 것이다.

동상이몽 #13. 우상의 황혼, 그리고 민주주의

By 커피사유 2025-01-15 2

아무리 이해할 수 없더라도 또 동의할 수 없더라도, 우리는 그들에 대한 반목을 거두어야 하며 의견을 듣고 최대한 이해하려고 시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운명에 있다. 밀란 쿤데라의 문장은 여기서 그 진가를 온전히 발휘한다. “우리가 아무리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동상이몽 #12. 같은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By 커피사유 2024-12-29 0

아주 슬픈 날이다.
오늘의 참사는 단순히 ‘운이 없었다’라는 말로 단정될 수 없다. 모든 죽음에는 사회적 책임이 있는 법이다. 시스템과 매뉴얼들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구조상의 위험들이 무엇이었는지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같은 죽음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동상이몽 #11. 온기(溫氣)

By 커피사유 2024-12-07 0

인간은 여러 유혹에 흔들리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한다. 나 또한 목전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토요일 늦은 밤까지 추운 겨울 속에서 서로의 곁에 서 있던 시민들은 알고 있었다. 냉철한 이해타산만으로 살기에는, 항상 위험을 피하면서 살기에는 우리의 마음 속 한켠의 바로 그것이 너무나도 귀중하다는 사실을.

사유 #52. 키치와 인간

By 커피사유 2024-10-10 0

밀란 쿤데라와 니체를 만난 것은 순전히 우연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키치의 문을 열고 나를 바깥으로 잡아 이끌었다. 높은 곳에서 한 눈에 내가 왔던 길을 내려다보면 가슴 한켠에서 울려퍼지는 소리가 생기곤 한다. 이것은 그 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