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신과 명확성
요즘 나에게는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세상에서는 수많은 주장이 나오고 수많은 자료가 쏟아진다. 그런데 기술과 통신의 발달로 이제는 어느 주장이 참인지 어떤 자료가 참인지 분간하기가 더욱이 어려워졌다. 진위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기도 참으로 힘들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종합하여 장시간 심리하여야 뭐 하나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요즈음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명확성을 말한다. 누군가는 죄인이고 누군가는 악이라고 단언한다. 누군가를 손쉽게 악마로, 인간 쓰레기로, 태어났어는 안 될 사람으로 만든다. 합리와 이성이 아니라 Mythos적 사유에 호소하고 있다. 그래도 인류가 지난 수백 년의 역사 동안 감정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이성을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것이 그 결과가 보다 덜 나쁘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도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이성이 아닌 감성에 호소한다. 합리는 마비되었으며 토론의 장은 붕괴되었고 이제는 종교만이 남아 있다. 학문이니 이성이니 하는 것은 모두 오래 전에 우리 사회에서는 죽었다.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종교만이 가득한 세상은 너무 혼란스럽다. 애초부터 복잡한 세상을 단순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 모든 일들에 나는 더욱이 비참함을 느낀다. 세상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가. 나는 어디로 향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