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對照)

2024-12-12 0 By 커피사유

한강 작가는 “인간은 왜 이렇게 잔인한가? 또, 동시에 세상은 왜 이렇게 아름다운가?”를 질문하면서 글을 쓴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7일 국회 앞에서 저도 동일한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누군가는 “야당의 무도함을 제대로 알리지 못해 비상계엄이 발생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 행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한밤중을 가른 계엄에 대항하여, 국회 앞에서 목숨을 걸고 군의 진입을 막고자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추운 주말 오후, 생각이 다 조금씩 다름에도 불구하고 국회대로를 가득 메웠던 자발적인 목소리를 낸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미터기를 끄고 요금을 받지 않았던 택시 기사님,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기꺼이 저녁 한 끼 값을 내며 응원하던 여성 두 분, 그리고 국회로 향하던 지하철 그 속에서 눈이 마주쳤을 때 순간 같은 뜻을 알아보고 미소짓던 이름모를 중년 남성 이들 모두, 즉 제각각 다른 삶의 궤적임에도 연대 속에서 스친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묻습니다. 인간은 왜 이렇게 잔인합니까? 또, 동시에 왜 세상은, 그리고 인간은 이렇게나 아름답습니까?

인간은 여러 유혹에 흔들리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는 인간의 다른 면도 볼 수 있는 듯 합니다. 토요일 늦은 밤까지 추운 겨울 속에서 서로의 곁에 서 있던 시민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냉철한 이해타산만으로 살기에는, 항상 위험을 피하면서 살기에는 우리의 마음 속 한켠의 바로 그것이 너무나도 귀중하다는 사실을.

어쩌면, 울려퍼지는 여러 구호와 함께 시민들과 저 자신이 소리 높여 요구했던 것은 실로 간단한, 누군가는 쉽게 잃어버렸지만 누군가는 차마 그럴 수 없었기에 저마다의 방법으로 행동한 바로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끄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