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세계의 충돌
… 예전부터 사람들은 수많은 상상을 해 왔다. 그 상상의 나래는 자신과 그 주변에서 시작했을 것이지만, 강한 추진력을 가진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것들을 창조했고 또한 생각하게 했다. 그러나 그 수많은 상상의 피조물 중에 나 자신이 아무래도 가장 훌륭하고 또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란 ‘두 세계의 충돌’에서 기원한 것들이다.
‘두 세계의 충돌’이라는 어떤 주제 하에서 상상의 피조물들은 종류가 너무나도 다양하다. 적어도 내가 알기에 일단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가의 『개미』라는 작품은 두 문명, ‘개미’와 ‘인간’의 접촉을 그리고 있으며 또한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그의 또 다른 어떠한 소설에서는 ‘책 속의 세계’와 ‘책 바깥, 독자의 세계’의 접촉을 그리기까지 하는 데다가, 예전부터 쓰여진 수많은 SF 소설들, 이를테면 조지 오웰의 『1984』과 같은 소설들에서 나아가, 『인셉션』이라는 영화도 있고, 또 각종 상상을 펼친 그림, 음악, 그리고 이제는 VR 세계에서의 공간 창작 등이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나는 가끔 그런 몽상(夢想)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까 ‘두 세계의 충돌’이라는 주제를 사람들이 오랫동안 다루어오고 또한 상상력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철저하게 여러 형태의 변주곡을 연주해온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생각보다 중요한 경험이기 때문이라고. 때론 ‘두 세계의 충돌’이 황당해보이는 형태로 이루어질 수도 있으며, 과학적이거나 논리적인 어떤 원리나 법칙들에 구속되지 않는, 따라서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할 지라도 ‘두 세계의 충돌’은 필연적으로 각각의 세계에 속한 구성원 사이의 접촉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서로의 세계에 돌이킬 수 없는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우에 따라서는 ‘두 세계의 충돌’이 남기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란 참혹한 결과를 맺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어떤 믿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이해」가 아마도 열쇠일 것이라는 것, 그것이 바로 명확히 존재하는 믿음이다. 아마도,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비록 효율적이지는 못하더라도 어쨌든 존재한다면, ‘두 세계의 충돌’이 가져오는 결과는 부정적인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역으로 조금씩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낯선 세계에도 굴하지 않고 먼저 손을 내미는 누군가는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믿음은 이러한 ‘명확히 존재하는 믿음’과 아마도 동치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 그리고 이것이 내가 얼마 전에 들었던 다음 음악에 대한 감상이자 평론임을 밝힌다.
※ 가사는 황당하기는 하지만, 음악적으로 상당히 훌륭하다. 덕분에 약간 Retro 느낌이면서도 현대적 센스가 살아있는 음악들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야 말았다.
가사 (Lyrics)
아홉 시에 뉴스를 보고야 알았어
서울시 밤하늘에 뜬 우주 비행선
현실일까
삐삐삐 무슨 소리 들린다
빼빼빼 딴 사람은 안 들리나
뿌뿌뿌 하필 내게 말을 거는데
이제 어떡해서울 비상사태 십 분 전
오늘 지구는 일촉즉발
이런 막중한 임무가 하필 내게 맡겨지게 된 건데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뭔지 알 수 없는 실루엣
먼저 다가가기는 어렵겠어요
다음에 와줄래요
돌아가줘요현관문을 똑똑 두드리는 낯선 자
검은 양복 까만 선글라스 이인조
저… 밤인데요삐삐삐 비밀요원입니다
빼빼빼 같이 가주셔야 겠습니다
뿌뿌뿌 세계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황스럽게서울 비상사태 오 분 전
오늘 지구는 일촉즉발
이런 막중한 임무가 하필 내게 주어지게 된 건데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뭔지 알 수 없는 실루엣
먼저 다가가기는 어렵겠어요
다음에 와줄래요귓가에 맴맴도는
소리는 난수 방송이라는데
이 서울 땅에는 어쩐 일이십니까서울 비상사태 삼 분 전
오늘 지구는 일촉즉발
지금 세계의 시선이 다 몰렸다 난 몰라요 미안해요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뭔지 알 수 없는 실루엣
먼저 다가가기는 어렵겠어요
다음에 와줄래요나 죽고 없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