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어떻게 종결되어야 하는가
대학교 생활을 위해 상경(上京)하기 하루 전, 짐을 다 싸고 우연히 TV로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 평소에 물론 내가 드라마를 즐기는 이는 아니지만, 나는 불행하게도 말량광이 동생이 하나 있어서, 동생의 고집으로 인하여 <펜트하우스 II>라는 드라마를 아주 잠깐 보게 되었다.
… 대체로 끔찍한 내용이었다. 학교 폭력부터 사회의 권력, 학벌과 대입 제도를 둘러싼 수많은 세대의 갈등, 누군가가 상처를 주고 누군가는 그 상처를 받는 내용, 그렇게 하여 태동한 분노가 어떻게 사건을 진행시키는 것이 그 서사의 문제들이었다.
… 드라마에서 늘 그렇듯 강자는 약자에게 선의의 가면을 쓰고 누명을 씌운다. 권력을 보고 빌빌기는 누군가들은 조직을 한없이 부패시킨다. 그 부패와 복잡하고 제멋대로인 사정들로 인하여 강자를 중심으로 한 질서가 어느 새에 확립된다. 겉으로는 멋치레를 하고 고급스러운 치장구들로 스스로를 뽐내보지만 내면은 그 어느 인간과 다를 것이 없이 추악하다. 그런 모순이 이상하게도 인간 사회에 내재한다. 이 경우, 약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발악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 물러설 곳이 없는 이들은 법에 기대보지만 법이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법이라는 것 또한 국가의 권력에 의하여 제정되는 이상 강자에게 유리하게 편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드라마는 보통 내가 관찰하고 체득한 결과가 유효하다면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편이 많다. 이것은 사람들이 그러한 플롯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로 주장하는 바이다. 드라마는 그것이 ‘드라마’이기 때문에 ‘권선징악’이 아닌, ‘악한 자는 계속 살아남고 선한 자는 죽어나가는’ 결말을 맞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투영’과 ‘현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인식’이지, ‘현실의 부조리를 가상에서 바로잡음’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