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감정
오늘 내 대학 생활이 시작된다. 그 동안 갈망하던 자유가 나에게 주어졌다. 하지만 지난 몇 주간 내가 한 일은 강의 계획서를 보고, 시험 일정을 체크하고, 평가 기준을 보고, SNU eTL의 공지사항을 확인하는 것뿐이었기에, 내가 고등학교의 힘든 2년을 버텨가면서 얻은 이 ‘자유’라는 것이 과연 이것이 진정으로 맞는 것인가하는 사유에 휩쓸리는 듯 하다.
나는 부모로부터의 공간적으로의 독립, 그리고 마침내 나에게 나 자신에 관한 일을 온전히 결정 가능한 ‘자유’라는 것이 주어졌을 때 뭔가 홀가분한 느낌이 들줄만 알았고 그 몽상을 바탕으로 고등학교를 살아 왔으나, 이제 되고 보면 이상하게도 허전하고 불안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그 느낌이 나에게 주어진 자유와 독립이 사실은 막중한 ‘책임’, 나 자신의 선택의 무게가 커져간다는 무언의 압박에 의한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