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의 자문자답
요즘, 그냥 무언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다. 아마 어디에선가 자문자답을 통한 스스로를 찾는 과정에 관해 보았기 때문일수도 있고, 약 3~4년 전에 SNS에 그냥 올려두고 잊어버렸던 나의 ‘자문자답’에 관한 것을 스치듯 보았던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인터넷을 통해 자문자답 문항들을 조금 골라서, 그 중에 뭔가 이것은 문답을 기록해둘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남겨 두기로 결정했다.
… 때로는 자문자답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법이다.
1. 내가 좋아하는 책은?
나 자신을 감동시키는 책이면 무엇이든 좋다. 단, 나 자신이 고수하고 있는 감동에 대한 정의는 다소 일상적인 것과는 다르며 엄격하다. 감동이란 “이전과 몸과 마음이 완전히 달라져 되돌아갈 수 없음”이다. 이 엄격한 ‘감동’의 문을 통과하는 책만이 나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그런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와 ‘나무’였다. 그 이외에는 아직 그렇게 큰 ‘감동’을 받은 책은 없다.
2.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예전에는 클래식과 재즈를 모두 좋아했다. 낮에는 클래식, 밤에는 재즈를 듣는 식이었다. 물론 지금도 둘 다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주로 취향이 재즈 쪽으로 기우는 것 같기도 하다. 너무 최신 유행의 음악들은 너무 싫다. 똑같은 이야기를 의미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것만 같고, 그것이 삶에 그다지 중요한 메시지도 아닌 것 같은데 너무나도 상업화된 음악이라는 틀에 휘둘려 서둘러서 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조금 오래된 음악들을 좋아하는 편이며, 혹은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스포트라이트 바깥에 있는 음악이 나에게는 편한 것이다.
3. 내가 좋아하는 음료는?
… 의외로, 탄산수. 무언가 개인적인 트라우마와 관련되어 있어 철저한 금주주의자인 나에게는 탄산음료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설탕이 들어간 콜라나 사이다보다는, 그냥 탄산의 청량감에 집중한 탄산수가 오히려 나에게는 이상하게 더 선호된다. 아마 나는 그래도 꾸밈없는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4. 내가 좋아하는 날씨는?
은근히 요즘은 비가 오는 날씨가 좋다. 물론 이런 날에 밖에 나가면 옷이 젖고 신발이 젖어서 별로 기분이 좋은 것은 못 되겠지만, 별로 밖에 나가고 사람을 만나는 것을 별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조용히 사색에 잠길 수 있는 분위기를 허락하는 날씨가 좋다.
5. 내가 좋아하는 시간대는?
늘 그렇듯, 각종 사유(思惟)들이 떠오르고 무언가 약간의 영감이라도 허락해주는 새벽이 나의 가장 선호되는 시간대이다. 대부분의 글도 이렇게 새벽에 쓰여지는 편이니까…….
6. 나의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기도 한데, 무언가를 볼 때 상당히 이상한 관점으로 뒤틀어 본다는 것. 있는 그대로의 것을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너머의 것을 읽어내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한 <미메시스 능력>이다.
7. 나의 MBTI 유형은?
중학교 2학년 이래로 바뀐 적이 없다. INTJ 형이다. 굳이 자세히 언급하자면 16 Personality에서의 검사 결과는 항상 INTJ-A 형이다. 이 유형에 대한 분석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몇 가지 옮겨 적자면 약간 독불장군의 느낌을 풍기며 고차원적 지식의 영역을 추구한다고는 하더라.
8. 기억력이 좋은 편인가?
… 아니, 절대로. 별로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기억의 보조 수단인 <문자>에 생각보다 많이 의존하고 산다. 일정도 Google Calender 같은 어디에다가 다 기록해둬야 해야 마음이 편하고, 강의를 들어도 필기를 하고 정리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을 쓴다. 또, 시험 공부를 해도 남들보다는 시간이 더욱 걸린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9. 사람은 변할 수 있을까?
자연은 변화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반복되는 듯한 과정에도 일련의 방향성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아마 자연의 일부인 사람에게도 이와 같은 일련의 방향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낭만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배워온 내용에 의한다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는 것은 보편적인 생물의 특성인 듯 싶다.
10. 거절을 잘 하는 편인가?
다른 사람의 부탁이나 요청이 나의 신념이나 원칙에 위배된다면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거절하기 힘들어하는 편이기는 하다.
11. 오늘은 평범한 하루였는가?
하루는 평범해서는 안 되며, 매일은 스스로를 감동시킴으로써 어제의 나를 초월하는 순간들로 채워져야 한다. 이 질문은 따라서 의미가 없다.
12. 어떤 목소리가 듣기 좋은가?
편안한 목소리. 만약 내가 새벽에 보사노바 재즈를 듣는다면, 그 재즈가 흘러나오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좋을 듯한 딱 깊고 중후하며 편안한 목소리.
13. 신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불가지론자이다. 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써는 내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만약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운명론과 필연적으로 결부된다고 한다면, 신이 존재하더라도 거부하는 편이 훨씬 나을 것 같기는 하다.
14. 집에 꼭 있었으면 하는 공간은?
전축과 안락의자, 책장이 있는 공간. 무언가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곳은 나에게 절실하다.
15. 연구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가?
세계를 하나의 형식 체계로 기술할 수 있는지를 연구해보고 싶다. 이는 결과적으로 내가 거부하고 싶은 결론인 결정론에 정면으로 향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나는 굳이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16. 딱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 적어도 세상의 모든 ‘죽음’이 ‘의미 있음’으로 남으면 좋겠다.
17. 타인은 보통 나를 어떤 사람이라 평가하는가?
과학고등학교에 있었을 때에는 이과 계열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사회적인 것들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에 약간의 ‘괴짜’로 평가받기는 했다. 다만 나 자신이 워낙 원칙적이고 고집이 센 사람이므로, 이러한 고집이 선생님들께는 인정받기도 했으나 때로는 나의 발목을 잡아 많은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18. 현재 나는 진정한 나라고 생각하는가?
‘진정한 나’라는 말이 만약 ‘이상적인 나’라는 의미라면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 ‘이상’은 흔히 불변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나의 경험에 따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새로운 경험들이 추가되면서 변화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나’가 만약 현재 생각되는 ‘진정한 나라고 생각되는 것’에 가깝다고 해도 나중에는 ‘진정한 나’가 바뀔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는 영원히 둘은 일치될 수 없다.
다만 ‘진정한 나’라는 말을 본인의 ‘존재’로 이해한다면 당연히 그러하다. 과거의 부정하고픈 경험이 있다 하더라도, 후회하는 경험과 선택이 있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들이 오늘의 나를 만든 원천임을 생각하면 그 모두를 마땅히 포용하는 것이 나 자신에 대한 올바른 예의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