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질문’

2025-01-21 0 By 커피사유

#1.

사진 몇 장. 그 첫 번째.

출처: 경향신문 (일론 머스크 X에서 재인용)
출처: 조선일보 (로이터에서 재인용)
출처: BBC 코리아

#2.

역시 사진 몇 장. 그 두 번째.

출처: 국민일보
출처: MBC
출처: JTBC

#3.

여기, 작년 11월에 내가 직감했던 오늘.

우리나라와 미국의 정치적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둘 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했으며 행정부의 권한이 심히 강력하다는 점이 첫째일 것이요, 둘째는 정치적 대립이 두 국가 모두 극단에 이르렀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세번째 공통점도 있다. 두 국가는 모두 민주주의 체제가 어떻게 스스로 자살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 국가는 수년 전 헌법으로 사회 구성원들이 합의한 법치주의와 대의민주제 원리를 철저하게 파괴한 대통령을 시민의 손으로 끌어내렸고, 다른 한 국가는 선거에 불복하고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사실상 내란까지 선동해 헌정기관을 공격하는 사태를 만든 대통령을 물러나게 했다.

그러나 10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두 국가에서 모두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그렇게 재집권한 자들이 지금까지의 사회가 만들어둔 합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모두 조롱하며, 극단적인 지지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타협과 공론화의 장마저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커피사유, 〈민주주의의 자살〉 中

#4.

어느 스크린샷 한 장과 인용문 한 편.

독단에 빠진 광신주의자들이 의존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한 명확성이다. 그들에게는 하나의 ‘동질적’ 민족, 하나의 ‘참된’ 종교, 하나의 ‘본원적’ 전통, 하나의 ‘본연적’ 가족과 하나의 ‘진정한’ 문화라는 하나의 순수한 교리가 필요하다. 어떤 이의도, 어떤 모호함도, 어떠한 양립도 허용하지 않는 비밀번호와 암호가 필요하며, 그들의 가장 큰 약점도 바로 거기에 있다. 순수와 단순의 교리는 모방적 대응 전략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 엄숙주의로써 엄숙주의와, 광신주의로써 광신주의자와, 증오로써 증오하는 자와 대결한다는 것은 가망 없는 일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적대감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와 법치국가의 수단을 가지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 자유롭고 열린 사회가 스스로를 방어하려 한다면, 그것은 늘 자유롭고 열린 상태를 유지함으로써만 가능하다. 현대의 세속적이고 다원적인 유럽은 공격을 받더라도 현대적이고 세속적이며 다원적이기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종교적 광신주의자와 인종차별적 광신주의자가 동일성과 차이라는 범주로써 사회를 분열시키려 획책할 때는, 사람들 사이의 유사성을 더욱 중시하는 연대적 동맹이 필요하다. 광신주의적 이데올로기들이 투박하고 단순한 세계관을 제시한다면, 단순함과 투박함으로 그들을 능가하려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섬세하게 구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카롤린 엠케(Carolin Emcke), 《혐오사회》. 서울: 다산북스, 2017 中

#5.

다시, 사진 몇 장.

출처: 한국경제

그리고 인용문 하나.

전체주의적인 키치 왕국에서 대답은 미리 주어져 있으며, 모든 새로운 질문은 배제된다. 따라서 전체주의 키치의 진정한 적대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것이다. 질문이란 이면에 숨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무대장치의 화폭을 찢는 칼과 같은 것이다. 사비나가 테레자에게 자기 그림의 의미를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앞은 이해 가능한 거짓말이고 그 뒤로 가야 이해 불가능한 진실이 투명하게 드러난다.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L’insoutenable légèreté de l’être)》. 이재룡 역, 민음사. 2018. p. 417. | 원문에서 특별히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따로 볼드체로 처리하였음.